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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공정위, 팽팽한 논리 대결…韓美 통상마찰 우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퀄컴에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 ‘모순된 입장(이중잣대)’, ‘기술간 경쟁 왜곡’ 등의 표현을 써가며 (퀄컴의) 부당한 사업모델 구축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자료를 냈다.

퀄컴은 즉각 반발했다. 공정위가 논리 정연한 주장을 펴지 못했고 경쟁을 제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근거와 합리성도 없으며 서울고등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논쟁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퀄컴의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부당하냐는 것과 ▲공정위의 조치가 시장과 업계 혹은 업체 사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산업과 이해관계자가 그동안 해왔던 라이선스 계약 방법에 대한 관행을 인정할 수 있느냐 등이다.

우선 공정위는 퀄컴이 표준특허(FRAND, 프렌드) 확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퀄컴과 같이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s, SEP)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퀄컴은 이제까지 이끌어온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을 촉진하는데 기여했고 이 부분은 과거 공정위에서 검토된 내용이었으나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9년 퀄컴이 시장지배적 권리를 남용했다며 2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관행(라이선스 산정 기준)은 지적하지 않았다.

퀄컴처럼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시스템온칩(SoC)을 만들어 파는 수직계열화 기업은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한 경우도 아니다. 공정위는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의 사업 정책으로 인해 경쟁제한효과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주요 경쟁 칩셋 업체의 시장 퇴출과 신규진입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퀄컴은 경쟁을 제한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칩셋과 휴대폰 업체 사이의 경쟁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2008년과 비교해 모뎀칩 시장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났으나 퀄컴의 라이선스 거절 등으로 인해 신규 경쟁사가 없고 그나마 있던 업체도 시장에 퇴출됐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공정위가 예로 언급한 NXP,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브로드컴, 엔비디아, 마벨, 프리스케일 등의 업체는 인수합병(M&A)에 휩싸이거나 SoC 경쟁력 하락, 모뎀칩이 주력 제품이 아닌 경우여서 라이선스 정책 하나만 가지고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간 통상마찰로 번질 수 있을 듯=퀄컴 돈 로젠버그 총괄부사장 및 법무총괄은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퀄컴은 적법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사건기록에 대한 접근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권 등)을 보장해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퀄컴은 철저하게 증거를 분석하고 경쟁법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고등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관계 및 법적 근거의 측면에서 모두 부당하고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며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보장된 ‘적법절차에 관한 미국기업의 권리’에도 반한다고 역설한 셈이다. 공공연하게 한미FTA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공정위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디까지나 전 세계 시장의 경쟁 제한적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시정한다는 것. 에둘러 설명했지만 미국이 한국에 대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봐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퀄컴이 행정소송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이상 이번 논란은 법정에서 결과가 나오게 됐다.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므로 양측은 장기전 태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조300억원이라는 금액도 추후 관련 매출액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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