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그룹 이재용 시대 서막이 올랐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사진>을 등기이사에 선임키로 했다. 삼성전자의 위기를 책임경영을 통해 돌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점진적으로 진행했던 경영 승계가 공식화됐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회장 승진이 점쳐진다.
12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을 등기이사에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승인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10월27일 열린다. 삼성전자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등기이사에서 빠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한다.
이사회는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수년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이건희 회장 와병 2년 동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변화무쌍한 정보기술(IT) 사업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 추진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07년 최고고객책임자(CCO) 2010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2008년 전무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이례적이다. 최근 대기업들은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 오너 일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하는 분위기다. 등기이사는 경영활동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 분기마다 연봉을 공개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것은 책임경영 강화와 후계자로써 입지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이 부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이 의무와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이 부회장은 이사에 선임되면 삼성전자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한편 이 부회장 앞에 놓인 삼성전자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날 삼성전자는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HP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매각가는 10억5000만달러(약 1조1544억원)다. 선택과 집중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미래다. 황금알을 낳던 스마트폰 사업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삼성전자 브랜드 타격도 불가피하다. 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해외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넘어야한다. 아울러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자동차 부품 사업 등을 조기에 본궤도에 올려야하는 숙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