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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내린 공정위, 1년 만에 오라클 ‘끼워팔기’ 무혐의 처분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끼워팔기’ 의혹으로 1년 가까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온 글로벌 IT업체 오라클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오라클을 ICT 전담팀의 첫 작품으로 처리하겠다고 호언장담 해온 것이 무색하게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13일 공정위는 지난 6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오라클의 끼워팔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라클이 고객과 DBMS(관계형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유지보수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권한을 결합해 판매한 것은 끼워팔기가 아니라는 결론이다.

공정위는 지난 1년 간 오라클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를 이유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대한 오류나 장애를 관리해 주는 유지보수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할 수 없어 사실상 자사 제품에 종속시키고 있다는 이유였다.

실제 오라클은 업계 최고 수준인 22%의 유지보수요율을 유지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왔다. 오라클의 국내 DBMS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오라클의 유지보수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용을 지불해 왔다. 만약 특정 기업이 오라클 DB를 구입한 후 유지보수서비스를 받지 않았다가,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기존에 내지 않은 몇 년 치 유지보수료를 모두 지불해야 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오라클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끼워팔기’로 보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끼워팔기가 성립하려면 주된 상품(유지보수서비스)과 종된 상품(제품 업그레이드 라이선스)이 별개의 시장으로 구분돼야 하는데, 이 둘은 DBMS 시스템 시장의 구성 요소로 보일 뿐 별개의 독립된 상품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무혐의 이유를 밝혔다.

즉, 고객이 DBMS 라이선스를 구입한 뒤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 서비스만을 다른 사업자에게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모두 DBMS 시스템에 포함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한 공정위는 오라클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고객에게 모든 라이선스에 대해 동일한 유지보수서비스를 구입하도록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유지보수서비스는 고객에게 다양한 픽스, 패치,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데 이는 SW 코드이기 때문에 쉽게 복제될 수 있고, 서비스를 구입하지 않은 라이선스에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오라클의 정책은 지식재산권의 침해 및 무단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로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고객들이 오라클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서에 MSL(Matching Service Levels, 서비스수준일치) 정책이 포함돼 있어 그 내용을 고객이 알 수 있고,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경쟁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오라클의 ‘끼워팔기’ 조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2월 ‘ICT 분야 특별 전담팀’을 꾸리며 조사에 착수한 첫 사안이다. 국내 DBMS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오라클이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고객에게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지난해 4월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글로벌 거대한 IT 회사인 오라클을 ICT 전담팀 첫 작품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혀,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들 사이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심사가 수차례 지연됐고, 결국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상무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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