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라클의 유지보수정책에 대해 ‘끼워팔기’ 조사에 들어갔다. 그 동안 IT업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라클의 유지보수 정책이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올라서게 됐다.
오라클의 유지보수정책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22%로 유명하다. 매년 물가 상승에 따라 서비스 요금도 인상된다.
이는 국내외 소프트웨어 기업의 유지보수요율 중 가장 비싼 수준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대부분 10%대 안팎의 유지보수요율 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해외 기업은 서비스 수준에 따라 비싼 서비스와 저렴한 서비스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오라클은 22% 요율만 고집하고 있어 오라클을 도입하는 고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서비스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비싸다고 오라클의 유지보수서비스를 받지 않을 수도 없다. 오라클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기업이 오라클 DB를 구매한 후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지 않고 있다가 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기존에 내지 않은 유지보수비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
대신 매년 유지보수비를 내면 차기 버전으로 무상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오라클은 지금까지 “유지보수비는 차기 버전 연구개발을 위한 기반”이라고 설명해왔다.
이 점이 공정위가 오라클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끼워팔기’로 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오라클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새 버전을 도입할 수 없다는 점, 유지보수비를 지불하면 차기 버전을 무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버전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결합판매 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팔 때 차기 버전을 끼워판다”면서 “고객사 입장에서는 오라클 소프트웨어 쓰다가 다른 제품을 써볼까 하는데, 유지보수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차기 버전을 구매하게 돼서 고객을 가둬두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처장은 또 “오라클 제품 중에는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것도 있다”면서 “그런데 오라클은 유지보수가 필요한 제품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유상으로 구매하면 차기 버전 소프트웨어도 끼워팔아서 기존 고객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떨어질 경우 이를 오라클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목된다. 오라클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유지보수정책을 강제해왔다. 국내에서도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본사 정책이라는 이유로 예외없이 적용돼 왔다.
만약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오라클이 한국에서 다른 정책을 적용한다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이 선례를 다른 나라의 경쟁당국이 참조한다면 오라클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국오라클은 공정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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