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화 300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35조원을 들여 반도체 사업에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상황이라 공장을 추가로 더 짓거나 다른 반도체 업체를 인수합병(M&A)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정부와 사모펀드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연말까지 최대 15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반도체 사업 전체로는 300억달러를 들일 계획이다. 자오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탁생산(파운드리)나 비메모리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을 방침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작년 향후 5년 동안 약 55조원을 들여 반도체 사업에 투자, 세계 3위의 반도체 업체가 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과 접촉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만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중국의 투자제한 해제를 논의했으나 반중 노선을 취하고 있는 차이잉원 주석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이번 투자는 보다 공격적인 M&A와 함께 자체 생산라인으로 반도체 사업을 이끌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자오 회장이 밝힌 것처럼 지방정부와 사모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정해진 기간 내에 충분한 성과를 올려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투자금액도 만만치 않지만 자금이 회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칭화유니그룹은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인 M&A를 선택했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주요 D램 업체의 특허를 회피하면서 인수할만한 업체는 대만 윈본드 정도로 보고 있다. 대만 언론과 정부의 반중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차이잉원 주석이 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국과의) 경제 교류 등 현 상태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고 언급하면서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면 시기는 대만 총통 정권이양이 이뤄지는 5월 이후가 유력하다.
다른 방안은 기존 중국 자본이 인수한 ISSI, 피델릭스 등 메모리 팹리스를 통합하고 XMC 혹은 SMIC와 같은 현지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는 방법이다. 윈본드 인수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어차피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대만 D램 산업을 일으킨 인물’이라고 불리며 이노테라의 이사장, 난야의 총경리역을 맡아왔던 까오치췐을 영입한 상태여서 M&A이건 생산라인을 직접 마련하던 추진에는 큰 무리가 없다. 동시에 서로 다른 패를 꺼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비용이 들더라도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가 계속해서 이뤄지면 중국 내수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봄직하다. PC 1위 업체인 레노버를 필두로 화웨이, ZTE 등이 충분히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HP의 중국 네트워크·서버 회사 H3C를 인수하는 방안이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여 엔터프라이즈와 같은 기업 수요도 나쁘지 않다.
자오 회장은 스스로를 ‘배고픈 호랑이’에 비유하며 발 빠른 경영 전략을 강조한바 있다. 그는 “우리는 국유기업이 아니고 스스로 돈을 번다. 국유기업은 오해”라며 “M&A 규제에 막혀도 인수합병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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