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반도체 업계에 인수합병(M&A) 시도가 많았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산업 자체가 성숙단계에 이르러 M&A를 통한 성장에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 중국과 같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특히 대형 M&A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NXP는 지난 3월 미국 프리스케일을 167억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5월 28일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날로그 전문 반도체 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미국 통신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6월 1일에는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알테라를 167억달러(약 19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에는 중국이 꿈틀댔다. 칭화유니그룹이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세계 4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기로 한 것. 웨스턴디지털은 주당 86.50달러, 총 190억달러(약21조6000억원)에 샌디스크를 인수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는 온세미컨덕터가 페어차일드를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주고 품었으며 뒤이어 아날로그 IC 및 센서 전문업체인 오스트리아 ams가 시모시스(CMOSIS)를 삼켰다.
늘어난 현금보유고와 저금리가 만들어낸 현상
글로벌 3대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lectronic Design Automation, EDA) 업체 중 하나인 멘토그래픽스에 따르면 상위 25개 반도체 업체(인텔, TSMC, 퀄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I 등, 삼성전자 제외)의 부채 총합이 2009년 885억1000만달러(약 104조4000억원)이었던 것이 2014년에는 1456억2200만달러(약 171조9000억원)로 64.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계속해서 부채가 늘어나고 있으나 현금보유고도 만만치 않아서 같은 기간 동안 690억1500만달러(약 81조4000억원)가 2014년 1018억7300만달러(약 120조2000억원)로 47.6% 상승했다. 풀어 말하면 돈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저금리까지 곁들여졌으니 얼마든지 M&A를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 펀드를 조성, M&A 대상 물색에 열을 올렸다. 앞서 언급한 샌디스크를 비롯해 필립스루미레즈, 옴니비전, NXP RF사업부 등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입국이면서 제대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것을 대규모 자본으로 만회하려는 시도다. 중국은 매년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반도체를 수입해서 쓰고 있으며 이는 석유 수입량과 맞먹는 금액이다.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M&A하려는 움직임은 수입을 대체하고 첨단 산업을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을 따르면서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지하고자 하는 속내가 포함되어 있다.
M&A 이후 몸 추스르기에 나설 듯
굵직한 M&A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연구개발(R&D)과 같은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인텔, 아바고, NXP, 사이프레스, 퀄컴 등은 인수합병을 실시한 이후 20~38%, 평균적으로는 25%의 운영비용을 절감했거나, 절감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M&A가 이뤄지면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중복된 사업은 정리하면서 전반적인 경영상태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 단위의 소소한 M&A가 꾸준히 이뤄지게 된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올해만큼의 대규모 M&A는 일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내년까지 기준금리는 3~4차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시대가 마무리되면 이후에는 장치산업 특성에 따른 소강기가 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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