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이다.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할 때 주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주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주자어류’에서 유래했다. 불경에선 망언을 경계하는 말로 자주 사용한다.
1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결합상품 판매 때 허위·과장·기만 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각 5억6000만원 SK브로드밴드는 2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에도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그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각각 3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추징했다.
▲휴대폰 결합하면 인터넷 공짜 ▲위약금 전액 지원 ▲현금 상품권 40만원 지급 ▲휴대폰 3회선 결합시 102만원 추가 혜택 ▲인터넷+집전화+스마트 월 1만5000원 등은 모두 허위·과장·기만 광고다. 5월이나 12월이나 변한 점이 없다. 결합상품 할인금액을 합쳐 공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지배력 전이 등 공정경쟁을 막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유선에 이어 유료방송 서비스까지 무선의 끼어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KT) “불필요한 결합상품을 강제하거나 유료방송의 공짜화, 공정경쟁 저해 가능성이 높다”(LG유플러스)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이 인수하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KT와 LG유플러스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도 이렇게 장사를 하다 방통위 철퇴를 맞았다.
당장 유리한데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이의 의견을 믿어줄 사람은 없다. 업계에 대한 고민이나 국가경제를 위한 조언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저 자기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객·산업·국가를 들먹이는 것뿐이다. 같은 말을 때에 따라 누가 하는지만 달라진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의 지속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그런 점에서 분명 인수합병(M&A)은 패러다임 전환 기회가 될 수 있다. 경쟁사 발목잡기나 고객 기만보다 훨씬 정상적이고 정직한 방법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이런 경쟁을 그만하고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 역시 믿어지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올 상반기에만 SK텔레콤은 5건의 징계로 287억원의 과징금, 영업정지 7일을 받았다.
자기기인의 악순환을 끊을 때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결합상품 경쟁 패러다임 전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