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주로 생산한다. 반도체 소재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의 차단과 함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NF3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OCI머티리얼즈는 여러모로 활용할 구석이 많다. 앞서 언급한대로 NF3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특수가스다. 화학증착(Chemical Vapor Deposition, CVD) 챔버 내에서 웨이퍼에 박막을 입힌 후에 남아있는 이산화규소(Sio2)나 질화규소(Si3N4)와 같은 불순물과 반응해 사플루오린화규소(SiF4)로 내부를 세척하는 역할을 한다. 청정성이 중요한 반도체 생산에 있어 NF3은 미세공정, 적층 기술을 접목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SK하이닉스만 하더라도 상반기 16나노 TLC(3비트) 낸드플래시 본격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올해 중으로 TLC 기반 48단 적층 제품도 개발을 마치고 내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세공정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여러 번의 패터닝 공정을 적용해야하므로 그만큼 CVD 공정이 더 많이 필요하고 이는 NF3의 사용량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까지만 보면 OCI머티리얼즈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안정적으로 NF3를 공급받아 반도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NF3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공급부족을 겪어왔기 때문에 공급량이 늘어나면 단가하락이 불가피하다. 업황에 따라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몇 년 동안 OCI머티리얼즈의 실적 컨센서스가 어긋났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NF3 자체에 있다. 과불화화합물(PFCs)의 일종인 NF3은 이산화탄소(CO2)보다 높은 온실가스 효과를 유발한다.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CO2가 200년인데 반해 NF3은 740년에 달한다. 그래서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의체(IPCC)는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NF3을 처리하는 기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풀어 말하면 SK하이닉스가 NF3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양만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별도의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
NF3의 공급과 사용을 현재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오는 2025년까지 31조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청주에 각각 하나씩 신규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한 상태여서 쉽지 않아 보인다. 바꿔 말하면 이번 OCI머티리얼즈의 인수는 얼마전 준공식을 연 M14 공장과 함께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OCI머티리얼즈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소재 사업에까지 발을 담그게 됐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반도체 업계의 상황에 따라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속단은 금물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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