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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브랜드 등에 업는 중국 TV 업계… 한국 위협하나

* 8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도시바와 파나소닉이 해외 TV 사업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현지 시장에 만족하며 조금씩 경쟁력을 키워왔던 중국 업체들은 이들 일본 업체들과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고 세계 시장으로 뛰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 브랜드를 업고 생산, 영업, 마케팅 경험을 쌓는다면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는 존재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주도권을 내 준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은 최근 해외 TV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는 존속된다. 일본 업체들은 생산 기지를 중국이나 현지 업체에 매각하고 자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대상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으로 사업 무대를 확대하는 중이다. 내수 시장에서 탈피해 삼성전자, LG전자를 쫓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를 라이선스 받는 이유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인지도가 약한 중국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를 등에 업고 생산, 영업, 마케팅 경험을 쌓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유통 고객사와의 접촉 장벽을 최소한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일본 TV 업계의 구조조정

적자에 허덕였던 일본의 TV 업체들은 올 들어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작은 도시바였다. 도시바는 지난 1월 북미 TV 시장에서 철수 계획을 밝힌 뒤 대만 컴팔과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7월에는 유럽 브랜드 사용권도 컴팔에 넘겼다. 도시바는 이미 2011년과 2013년 멕시코 및 폴란드 TV 공장을 컴팔에 매각한 바 있다. 중국 TCL과 브라질 현지 가전업체인 셈프는 브라질 내에서 도시바 브랜드 사용권을 획득했다. 도시바는 또 합작 TV 공장을 셈프 측에 넘기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도시바 브랜드는 중국 TCL, 콘카, 스카이워스 가운데 하나, 혹은 이들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바는 엘 아라비와 이집트에 함께 세운 합작 공장의 소유권 이전도 협의 중이다.

샤프도 비슷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샤프는 최근 중국 하이센스에 멕시코 TV 공장을 매각했다. 내년 1월부터는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하이센스가 자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도 맺었다. 유럽 시장에선 이미 발을 뺐다. 샤프의 유럽 생산 기지였던 폴란드 TV 공장은 슬로바키아 가전 업체인 UMC에 매각됐다. UMC는 자사가 생산한 TV를 샤프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도시바, 샤프 외에도 파나소닉, 파이오니어, JVC 등은 일찌감치 자사의 TV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브랜드 사용권을 중국 혹은 유럽 업체에 양도했다.

일본 업체들이 이 같은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도시바와 샤프는 당분간 일본 TV 시장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사업 무대를 좁히면 인건비와 재고 비용 등 고정비가 줄어 손실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라이선스 이익도 실적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각국에서 여전히 자사 브랜드로 제품이 판매되기 때문에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 다시 진출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러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브랜드 사용권을 줬다는 것은 제품 디자인과 영업, 마케팅 등 가장 중요한 권한을 위임했다는 의미다. 예컨대 중국 업체들이 저렴하게 제품을 찍어내고 밀어내는 데에만 급급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패널 재고량이 줄면 고정비를 감축할 순 있으나 이 역시 양날의 검이다. 절대 구매량이 줄면 협상력이 떨어져 값을 낮추기가 힘들게 된다.

‘왕년의 강자’로 불리는 소니는 도시바, 샤프와는 달리 재기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소니는 작년 7월 독립 사업체로 TV 부문을 분사한 뒤 패널 공급선 및 생산처 다변화를 꾀하며 원가절감에 성공, 최근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대로 흘러간다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일본 TV 업체는 소니 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하이센스, 약진할까

일본이 쌓아놓은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는 중국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주목할 만한 업체는 하이센스다. 하이센스는 TCL과 함께 중국 내 TV 시장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작년 전 세계 TV 시장에서 하이센스는 출하량 점유율 4.9%로 5위, 매출액 점유율 5.6%로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이센스는 샤프의 맥시코 공장을 매입한 뒤 북미 시장에서 샤프의 ‘아쿠오스(AQUOS)’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하이센스의 사업 역량을 한층 높여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샤프 브랜드를 사용키로 한 하이센스는 월마트, 베스트바이, 코스트코, 시어스 같은 현지 유통업체와 접촉 빈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이센스가 북미 시장에서 유통 공급망에 대한 장벽을 뛰어넘는다면 자사 브랜드 점유율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14년 북미 시장에서 하이센스의 TV 매출액 점유율은 1.9%로 9위, 출하량 점유율은 2.8%로 8위였다. 샤프의 경우 매출액 점유율 4.6%(6위), 출하량 점유율 1.8%(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샤프는 대형 TV 판매 비중이 높아 출하 점유율은 낮아도 매출액 점유율은 높다. 샤프의 점유율을 그대로 흡수한다면 하이센스는 세계 최대 TV 시장인 중국은 물론, 두 번째로 큰 북미 시장에서도 세계 주요 업체들과 어께를 나란히 견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북미 TV 시장은 동유럽, 남미,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비교해 수요가 견조하므로 하이센스가 사업을 잘만 이끌어 간다면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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