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부펀드와 국영기업이 해외 유력 반도체 업체를 인수합병(M&A)하려 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당사자가 직접 밝힌 내용이 아니어서 사실 여부는 파악이 어렵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국내 업계 관계자들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중국 최대 국유 IT업체인 중국전자정보산업그룹이 미국 종합반도체 업체인 아트멜(Atmel)을 인수하기 위해 예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전자정보산업그룹이 주당 8.5달러를 인수가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18일 아트멜의 종가는 8.18달러였다. 이번 협상에서 아트멜의 총 기업 가치는 34억달러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아트멜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가 주력 사업군이다. 자동차, 무선주파수(RF), 스마트에너지,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칩도 다룬다. 공장도 보유하고 있어 자사 제품을 직접 생산한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와 같은 종합 반도체 업체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여러 품목에서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아트멜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억1300만달러였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인수 제시가가 너무 낮다는 평가다. 아트멜은 지난 6월 10.44달러까지 주가가 오른 적이 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도 중국이 아트멜을 인수하는 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회는 최근 기술 유출을 이유로 마이크론을 인수하고 싶다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요청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2위 파운드리,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소문도 돌아
다른 소문도 있다.
중국 국가IC산업투자펀드는 세계 2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의 인수합병(M&A)을 노리고 있다고 현지 정보 사이트인 전자공정전집(电子工程专辑)이 대만 디지타임스의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IC산업투자펀드는 이미 글로벌파운드리와 한 차례 인수 협상을 가진 바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ATIC가 2009년 AMD의 생산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공정 공유 계약을 맺어 14나노 핀펫 공정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국가IC산업투자펀드가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현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14나노 공정 양산 가동 시점도 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MIC는 2020년에서 14나노 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2000년대 들어 첨단 반도체 산업 진출 의지를 불태웠으나 관련 생태계 확대가 지지부진하자 최근 들어서는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이번 인수합병을 보도한 디지타임스의 설명이다. 신문은 이번 딜이 성사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딜이 성사된 이후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가 14나노 공정 공유 계약건을 계속 유지할 지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매년 수천억달러에 이르는 반도체를 수입해서 쓰고 있는데, 이는 석유 수입량과 맞먹는 금액”이라며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M&A하려는 움직임은 수입을 대체하고 첨단 산업을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을 착실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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