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세 가지 소원은 월드컵 본선 출전, 월드컵 유치, 월드컵 우승이라고 한다. 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는 ‘축구굴기’는 중국의 국가적 방침이다. 실제 중국 국무원은 올해 초 2017년까지 축구학교 2만개 설립, 축구선수 10만명 양성, 10년 내 전국 수백개의 축구전용경기장 설립 등의 계획을 담은 ‘중국 축구 개혁 발전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이 축구굴기를 위해 하는 일은 거액을 제시해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는 것이다. 이 일을 계속하면 중국의 축구 수준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축구를 사랑하는 시 주석의 눈에 들고자 기업들은 축구단 투자를 계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국슈퍼리그(CSL) 1위팀인 광저우 헝다는 연간 1100억원의 돈을 쏟아 부어 선수 뿐 아니라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마르셀로 리피와 같은 명장을 영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 예산은 K리그 12개팀 전체 예산의 절반에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의 선수와 감독도 영입 대상이어서 지금 한국 축구계엔 ‘중국 경계령’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중국 장쑤가 제시한 거액의 연봉을 마다하고 잔류키로 한 것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최 감독 같은 사람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돈 앞에는 장사 없다.
지금 축구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산업계와 판박이다. 산업계의 ‘인재유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3년 연봉을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3년 채용 보장을 의미하는 ‘삼삼’이 최근의 기본 조건이라고 한다. 한국 인력을 블랙홀처럼 무섭게 빨아들인 중국의 산업계는 규모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빠르게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중국은 겪지 않는다.
얼마 전 중국 국영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은 우리 산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데, 중국이 들어온다면 다른 산업계의 사례(묻지마 투자, 치킨게임 등)를 봤을 때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정책 등을 통해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기술 격차? 사람 뽑아가면 다 따라오게 돼 있다. 시간의 문제다. 중국은 벌써부터 대만의 망한 D램 업체에 재직했던 기술자들을 흡수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메모리 기술자 영입은 당연한 수순이다. 필연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전직제한 기간이 풀린 개인의 선택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한국도 일본의 길을 그대로 걸을 수 있다. 그나마 일본은 부품 소재 분야에선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뭘 가졌나.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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