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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변화 없던 세탁기, 혁신은 어떻게 나왔나

- 삼성전자 ‘액티브 워시’ 대박 비결, 혁신은 고객에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시장은 침체고 환율도 불리하다. 하지만 혁신제품은 잘 나간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액티브 워시’ 세탁기가 그렇다. 삼성전자는 액티브 워시 출시 이후 세탁기 분야에서 세계 1위까지 넘보고 있다. 액티브 워시의 성공사례는 국내 전자업계는 물론 산업 각 분야에서 기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알려주는 바가 크다.

액티브 워시는 전자동세탁기다. 개수대와 빨래판이 일체형으로 된 세탁조 커버 ‘빌트인 싱크’가 특징이다. 애벌빨래 전용 물 분사 시스템 ‘워터젯’을 탑재해 손빨래를 도와준다. 애벌빨래 후 세탁물을 아래에 있는 세탁조로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애벌빨래부터 탈수까지 세탁 전 과정을 한 자리에서 끝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별 것 없다. 뚜껑에 빨래판을 달고 물이 나오게 한 것뿐. 하지만 1969년 금성사가 국내 처음으로 세탁기를 생산한 이래 46년 동안 이런 세탁기는 없었다. 전자동세탁기는 매년 디자인만 변경해 새로 출시했다. 드럼세탁기라는 새로운 제품이 나오자 관심은 떨어졌다. 그러나 결국 세탁기의 역할은 과시용이 아니다. 때가 잘 지고 편하게 세탁을 할 수 있는지가 세탁기 본연의 임무. 누가 ‘기술’이 아닌 ‘고객’을 먼저 생각했는가에서 ‘혁신’의 답이 나온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인도 세탁기 제품군 교체를 위해 인도 소비자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14가구를 선정 인도 가정은 세탁을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했다. 세탁기를 이용하면서도 애벌빨래를 하거나 손빨래를 많이 하는 점을 발견했다. 세탁기가 이를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보다 편하게 해주자는 아이디어는 여기서 나왔다.

그렇다고 바로 제품이 된 것은 아니다. 수백장이 넘는 아이디어 스케치, 디자인 목업에 대한 임원품평, 4개 목업 제품에 대한 인도 소비자 조사, 경쟁사 제품과 성능 비교에 2년이 걸렸다. 보기엔 그냥 빨래판이지만 그 빨래판을 구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쉽게 망가져도 안 되고 예뻐야 한다. 때도 잘 지고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했다.

액티브 워시가 인도에 등장한 것은 2014년 2월. 시판과 함께 전자동세탁기 매출이 전년대비 32%나 증가했다. 남은 숙제는 다른 시장에서도 액티브 워시가 먹힐 것인가에 관한 것 그리고 한국과 북미 같은 선진시장서도 전자동세탁기 수요가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역시 빨래는 전 세계인이 하는 것. 빨래를 하는 사람의 생각은 비슷했다. 지난 2월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액티브 워시는 출시 20주 만에 10만대를 돌파했다. 2분당 1대가 팔인 꼴이다. 2월부터 4월까지 삼성전자 전자동세탁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전자동세탁기 1위를 굳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액티브 워시 등에 힘입어 가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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