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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맥북에 담긴 촉각의 기술

* 6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국내에 애플워치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같은 카테고리는 아니지만 애플워치는 신형 맥북과 함께 애플이 어떤 형태로 사람과 기계의 소통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제품이다. 크기와 용도, 운영체제(OS) 등이 서로 다르지만 물리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한 가지 목적을 두고 설계됐기 때문이다. ‘탭틱엔진’을 통해서 말이다.

글 이수환 기자 shulee@insightsemicon.com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입력장치→처리장치→출력장치’의 과정을 거치는 디지털 계산기다. 이 가운데 처리장치가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입력장치와 출력장치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다. 그나마 출력장치의 경우 모니터 해상도의 증가, 프린터 출력물 품질의 향상 등이 이어졌으나 입력장치는 달랐다. 사람이 키보드를 치거나 마우스를 움직이는 아날로그 동작을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것 자체가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인터페이스를 USB 2.0에서 USB 3.0으로 바꿨다고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로 넘어와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터치스크린의 대중화로 입력장치 이상의 가치를 담아야할 필요가 생겼다. 애플이 처음 시도한 것은 정전식 멀티터치였고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여기에 가상키보드를 누를 때 소리를 덧붙임으로써 시각과 청각, 촉각을 아우르는 입력장치를 완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터치스크린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생각과 상호작용하기에는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화면을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서는 어떤 작업도 불가능하다.

애플워치와 맥북, 그리고 맥북프로 등에 적용된 탭틱엔진은 사람과 기계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입력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터치스크린에 나타난 객체를 눌러 촉각 피드백을 느끼게 하는 정도였다면 기존의 마이크로모터로도 충분했지만 애플은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통해 접근방식을 달리했다. 마이크로모터는 말 그대로 모터 끝에 조그만 추를 달아 진동을 발생시키는데 이런 식의 회전운동은 세밀한 촉감을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누르는 것은 터치스크린, 촉각 피드백은 마이크로모터로 분리되어 있어서다.

탭직엔진에 적용된 리니어 액추에이터는 회전운동이 아닌 직선운동을 한다. 입력장치이면서 출력장치의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압력(포스터치)도 감지할 수 있다. 사용자가 얼마나 세게 누르느냐에 따라 실행하는 명령어를 달리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딸칵’거리는 소리와 느낌을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터치패드에 적용됐을 경우 한 번의 클릭으로 사진 미리보기, 드래그&드롭에서 걸리는 느낌이 난다. 애플워치에서는 특수하게 제작된 스피커 드라이버를 통해 미세한 신호음도 함께 발생시킨다. 흔히 부르는 ‘햅틱’ 기술을 한층 발전시킨 셈이다. 결국 압력까지 하나의 제스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애플이 주장하는 대로 ‘사람의 손길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결과물에 비해 탭틱엔진의 내부는 비교적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다. 애플워치와 맥북·맥북프로의 탭틱엔진 크기에 조금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형 솔레노이드가 내부에 마련되어 있고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밖으로 돌출시키며 선형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은 동일하다. 솔레노이드에 전기신호가 입력되면 이에 알맞게 리니어 액추에이터가 적당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 복잡한 움직임으로 ‘길게 클릭’, ‘가속장치’, ‘압력감지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 등을 지원하는 맥북·맥북프로에서는 별도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ST마이크로 32F103)까지 장착되어 있다.

탭틱엔진은 향후 적용될 기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 맥북, 맥북프로에 이어 다음 목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는 더 정교한 입력장치&출력장치를 구현하기 위해 갖가지 요소를 더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09년 ‘햅틱 피드백 터치 기능 입력 구성품을 이용한 시스템, 방식, 컴퓨터 판독 미디어 등의 수단’이라는 특허를 출원한바 있다. 최근에는 ‘재질 시뮬레이션을 위한 터치 서피스’라는 특허를 새롭게 신청했다. 여기에는 보다 정교해진 햅틱 기술이 설명되어 있는데 입체적(수평, 수직, 혹은 두 가지 모두)으로 움직이는 액추에이터가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온도라는 요소까지 더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어떤 재질의 느낌까지 그대로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뿐 아니라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기 위한 피에조 액추에이터, 온도를 표현하기 위한 펠티어 소자와 같은 새로운 부품이 필요하다. 터치스크린에 금속이 있다면 표면의 차가운 정도와 거칠기, 차가운 느낌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 당장 이 정도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탭틱엔진의 경우를 보더라도 애플이 궁극적으로 사람과 기계와의 교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향후 가상현실(VR)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입력장치&출력장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한다.

현 시점에서 택팁엔진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터치스크린과의 조합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같은 기능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압력을 감지하는 포스터치도 애플워치, 맥북·맥북프로에서의 구현 방법에 차이가 있다. 애플워치는 디스플레이, 맥북·맥북프로는 터치패드에서 제공한다. 촉각 피드백의 경우 플워치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탭틱엔진에 연결된 ‘디지털 크라운’, 맥북·맥북프로는 마찬가지로 터치패드에서 발생한다.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기능은 터치패드이겠지만 여기서 화면을 볼 수는 없다. 가장 손쉽게는 홈버튼에 탭틱엔진을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올해 등장할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새로운 입력장치&출력장치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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