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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넘어간 ‘세탁기 파손 논란’…핵심쟁점 3가지(종합)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가 이른바 ‘세탁기 파손 논란’의 중심에 있는 LG전자 조성진 사장<사진>을 재물손괴 및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작년 9월 3일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14’가 열리는 독일 베른린의 가전매장 자툰에서 벌어진 일은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갈리게 됐다.

검찰이 조 사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검찰은 가전매장을 촬영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하고 파손된 세탁기 실물을 검증했다. 조 사장 등 3명과 목격자, 관련 참고인 등 20여명을 소환해 조사함과 동시에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 공장의 임직원 9명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3년 벌어진 ‘냉장고 용량 비교 논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 논란’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두 기업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있어 불꽃이 쉽사리 사그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세탁기 파손 논란과 관련한 핵심쟁점 3가지를 살펴봤다.

⓵CCTV 공개 여부=사건 초반부터 CCTV 공개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LG전자가 주장한 것처럼 공개된 가전매장에서의 제품 테스트가 일상적인 것인지, 고의성이 없는 품질 테스트 차원인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로 인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었고 검찰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재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 그러니까 재물손괴에 관련해 CCTV를 중요한 증거물로 바라볼 것이고 재판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시간대별로 조 사장 일행이 자툰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더구나 LG전자측 변호인이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경쟁업체 직원들까지 지켜보는 앞에서 고의로 손괴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CCTV 공개 여부를 두고 재판부, 삼성전자, LG전자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여론 추이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⓶고의성 여부=LG전자는 처음부터 고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반복해왔다. ▲경쟁사 제품을 폄하할 목적으로 몰래 경쟁사 제품을 훼손시키려 했다면 연구원들이 갈 이유가 없다는 것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보다 계획적으로 발각되지 않을 사람, 방법을 모색했을 것 ▲연구원들이 해외 출장 시 현지 매장을 방문해 자사는 물론 경쟁사 제품의 제품 사용 환경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고의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해당 제품(크리스털블루 드럼세탁기)이 파손됐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파손 세탁기에 충격을 가해 증거를 위조하고 파손 세탁기를 제출하지 않아 증거를 은닉했다’며 삼성전자를 맞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에 그쳤다. 따라서 재판부가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상 과실’을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⓷원만한 마무리 여부=당초 검찰이 조 사장을 불구속하리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할 국내 대기업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은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라 검찰도 양사의 합의에 신경을 썼다. 실제로 LG전자가 적절한 사과를 하면 삼성전자가 고소를 취소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냉장고 용량 비교 논란에서도 그랬지만 본격적으로 재판이 벌어지면 양측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기 마련이다. 일단 재판부의 재량에 달렸지만 합의를 위한 중재안을 내밀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제는 얼마나, 어느 범위에서 중재가 이뤄지느냐다. 여기에 OLED 기술 유출 사건으로 그룹사간(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감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동시다발적으로 재판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일단 어느 정도 재판이 진행된 이후에 여론 추이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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