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게임업계 이목은 넥슨과 엔씨소프트 간 경영권 분쟁에 집중돼 있다. 국내 대표 게임기업 간 다툼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한 탓이다. 업계에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주가 부양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양사 간 다툼은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 때 시작됐다. 당시엔 ‘글로벌 진출’을 내세워 협력의 의지를 다졌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EA 인수가 실패한 뒤 개발 협업에도 나섰으나 양사의 문화가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고 이번에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궁금한 것은 엔씨소프트 측은 당시 김택진 대표가 넥슨에 개인 지분을 넘기면서 경영권 보장을 받았다고 하는데 왜 계약서를 쓰지 않았나하는 점이다. 8000억원 규모의 지분거래를 하면서 말로만 경영권을 보장받았다고 하는 것도 미심쩍다. 지금의 사태가 불거진 것을 김택진 대표의 과오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업계에선 당시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택진 대표가 EA 대표직에 오르면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가져가기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함께 EA에 공동 투자하는 넥슨 입장에선 EA 대표 자리를 넘겨도 밑지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일종의 맞교환으로 볼 수 있다.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대표가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이면계약에 대한 사실 확인은 어렵다. 두 대표가 ‘대업’을 위해 손을 잡았다곤 하나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사업가란 점을 비춰보면 이면계약 여부가 묘하게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 있다.
어쨌든 양사의 경영권 분쟁은 인수합병(M&A) 또는 결별, 둘 중 하나로 귀결될 전망이다. 지금은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적대적 M&A의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관철시키기가 쉽지 않다. 2대 주주인 김택진 대표가 마음먹고 방어한다면 지저분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 이탈도 예상되는 문제다. 이럴 경우 넥슨 입장에서 잃는 것이 많다.
그렇다면 김택진 대표가 지분을 되사오는 방안이 유력해 보이는데 이는 넥슨의 선택에 달렸다. 이에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이 주식매각을 고려한다면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넥슨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대화채널은 가동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넥슨의 결단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개인적으론 양사가 각자 색이 뚜렷하고 강점이 다른 만큼 아름다운 동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발력이 뛰어난 엔씨소프트의 신작을 넥슨이 퍼블리싱(서비스)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측이 “넥슨의 사내이사 자리 요구와 이번 경영 참여 공시로 양사 간 신의는 사라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 까닭에 앞서 언급한 M&A와 지분정리보다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두 업체가 국내 게임산업의 축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분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정주, 김택진 대표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겠다고 협력의 물꼬를 텄는데 지금 양사의 다툼은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난 2012년 두 대표가 EA 인수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던 것처럼 이른 시일 내 분쟁의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 결자해지도 두 사람의 몫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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