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해 반도체 구매액에서 업계 1, 2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구매액 성장률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매출 성장세를 밑돌았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년 대비 5.1% 증가한 321억달러의 반도체를 구매했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구매액은 전체 반도체 시장 수요의 9.4%에 달하는 수치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반도체 구매액이 전년 대비 9.8% 증가한 258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의 지난해 반도체 구매액 합계는 579억달러로 전체 반도체 시장 수요의 17%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작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구매액 성장률은 전체 반도체 시장 매출 성장률(7.9%)을 밑돌았다.
마사순 야마지 가트너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4년간 반도체 수요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이 때문에 양사 결정은 기술, 가격 면에서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여전히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고객사지만 지난해 구매액 성장률은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며 “스마트폰 사업 부진, 일부 지역에서 PC 사업을 철수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상위 10대 기업의 반도체 구매액은 2013년 1148억달러에서 지난해 1256억으로 증가했다. 톱10 기업의 반도체 구매액 성장률은 반도체 시장 매출 성장률을 웃돈 9.4%였다. 전체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구매액 비중은 2013년 36.4%에서 지난해 37%로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가격 안정으로 인해 톱10 구매 기업 가운데 8개사의 메모리 구매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기업은 레노버와 화웨이, LG전자다. 레노버는 지난해 IBM의 x86 서버 사업부 인수 덕에 반도체 구매액이 전년 대비 무려 33.9%나 증가했다.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화웨이 역시 전년 대비 21.6%나 구매액을 늘리며 업계 9위에서 7위로 순위를 높였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일부 성과를 내고 있는 LG전자도 전년 대비 15.9% 반도체 구매액을 늘리며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순위가 상승했다. 소니(-2.8%), 도시바(-4%)는 모두 반도체 구매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부상하는 중국 기업들과는 달리 일본 완성품 전자업체들은 계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마지 연구원은 “하드웨어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은 급심한 가격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이 중국 업체들의 성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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