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에는 단말기유통법이 이동통신 시장을 강타했다. 휴대폰, 이동통신, 유통점, 소비자, 정치권을 아우른 단말기유통법은 많은 논란과 숙제를 남겼다. 수년간 끌어오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마무리됐고, ICT 올림픽으로 불리는 ITU전권회의가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부산에서 열렸다.
전반적인 경기침에도 불구, ICT 시장은 어느 해 못지 않게 역동적이었다. <디지털데일리>는 IT업계 전문가 및 본지 전문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2014 ICT 10대 뉴스’를 선정, 올 한해 ICT 시장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단말기유통법 시작=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4분기 시작인 10월에 시작됐지만 올 한해 이동통신 시장을 지배한 이슈로 기억되고 있다. 투명한 보조금 지급을 정착시켜 이동통신사들의 과열 보조금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법 시행초기 혼란은 극심했다. 당초 계획했던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가 삼성전자 등의 반대로 불발로 돌아갔고, 대폭 줄어든 단말기 지원금 때문에 이용자 반발은 생각보다 컸다. 여기에 아이폰6 대란이 터지며 법 실효성이 도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팬택을 중심으로 일부 단말기 출고가격이 대폭 인하됐고, 추가요금할인에 무분별한 고가요금제 가입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법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내년 1분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ICT올림픽, ITU 전권회의 개최=ICT 올림픽으로 불리우는 ITU전권회의가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ITU 전권회의는 UN의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단이 참여해 자국의 입장을 글로벌 ICT 정책으로 결정하기 위해 사전 토너먼트와 같은 준비회의를 거쳐 전권회의에서 최종 경쟁한다.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물인터넷 등의 정책들이 채택됐고 ITU 5대 고위 선출직 하나인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되는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밖에 부산선언문과 ITU전략계획을 결합한 신규결의인 'Connect 2020 비전'의 채택의 경우 우리나라의 의제 주도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700MHz 주파수 논란 올해도 어김없이=통신, 방송업계간 700MHz 주파수 쟁탈전은 수년간 이어져온 이슈다. 올해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면 물밑에서 진행되던 양 진영의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정부 부처간 갈등도 본격화됐다. 갈등의 계기가 된 것은 재난통신망 사업이었다. 당초 700MHz 주파수 할당 가능성이 낮았던 재난망 사업은 세월호 참사로 주파수 할당 우선순위로 떠올랐고 결국 20MHz폭을 할당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UHD방송용 주파수 할당이 어려워지자 기존에 용도를 정했던 이동통신용 40MHz 주파수를 포함한 주파수 재검토를 요구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삼성-애플 지루한 특허소송 정리=삼성전자와 애플이 지난 8월 4년여의 걸친 특허소송을 정리했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소송을 철회했다. 양사의 소송은 지난 2011년 4월 발발했다. 양사는 양사의 본거지 미국과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서 소송을 벌였다. 소송은 삼성전자의 지명도 상승에 기여를 했다. 하지만 판결은 애플에 유리하다. 미국의 1차 본안소송 1심은 애플이 승리했다. 2차 본안소송은 쌍방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양사의 처지는 특허소송 이전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는 달성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생 중이다. 애플은 점유율을 잃었지만 나홀로 고수익 기조를 이거가고 있다.
◆LTE 속도경쟁 점입가경=롱텀에볼루션(LTE)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2배 빠른 LTE를 넘어 3배 빠른 LTE 시대가 지난 7월 개막했다. 광대역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는 한국이 가장 먼저 상용화 했다. 무선은 집에서 주로 쓰는 광랜(100Mbps)의 속도를 넘어섰다. 3배 빠른 LTE의 이론적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300Mbps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이미 4배 빠른 LTE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유선도 이대로 멈추지 않았다. 1Gbps 속도를 구현한 기가인터넷을 상용화 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KT 기가인터넷은 출시 두 달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었다.
◆IT서비스 1위, 삼성SDS 상장=IT서비스업계 1위 업체인 삼성SDS가 11월 14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그동안 포스코ICT, SK C&C 등 IT서비스대기업의 상장은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삼성SDS 상장은 규모나 파급력 면에서 IT서비스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SDS는 상장을 앞두고 호가를 접수한 결과, 상한선인 38만원으로 결정됐으며 현재 시가총액 22조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봤을 때 IT업계는 물론 주식시장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삼성SDS 상장은 삼성그룹은 물론 IT서비스업계에도 많은 의미를 던진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경영권 부재 상황과 맞물리면서 삼성SDS의 상장은 ‘이재용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의미로 격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 신사업 발굴이라는 화두를 IT서비스업계에 제시했다.
◆다음카카오 출범,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다음카카오가 10월 1일 출범했다. 국내 모바일 업계 최강자 ‘카카오’와 2위 인터넷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힘을 합쳤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네이버를 견제하는 동시에 몸집을 키워 해외진출 동력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다음카카오는 출범하자마자 코스닥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는 등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출범하자마자 적지 않은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카카오톡 채팅 내용이 이용자 본인도 모르게 사법당국의 수사에 활용되면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커지자 이석우 대표가 ‘감청 불응’을 선언하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카카오그룹 내에서의 음란물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이 대표가 경찰에 소환되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글로벌 IT기업 재편-중국 ICT 기업 급부상=레노버와 화웨이 등 광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급성장한 중국 ICT 기업이 전 세계 IT 시장 패권을 노리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2005년 IBM의 PC사업부 인수를 통해 전 세계 1위 PC 기업에 오른 레노버가 IBM의 x86 서버 사업부는 물론 인력, 지적재산권(IP)까지 인수하며 전 세계 서버 시장 장악에 나섰다. 레노버는 이번 I인수로 3위 서버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레노버는 올해 IBM 서버사업 인수 이외에 모토롤라까지 손아귀에 넣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로 유명한 화웨이 역시 올해 스마트폰과 서버, 스토리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까지 손을 뻗으며 긴장감을 주고 있다. 중국 서버 1위 업체인 인스퍼도 서버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올해에는 글로벌 IT기업들의 분사 발표도 이어졌다. HP는 PC, 프린터 등 소비재 사업과 서버, 네트워크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 두 개로 회사를 쪼갠다고 발표했으며, 세계 최대 보안업체인 시만텍도 보안사업부와 스토리지 사업부를 분리한다고 밝혀 관련 업계에 충격을 줬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 국민은행 사외이사가 모두 물러나는 것으로 결말을 맺은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은 올해 국내 금융IT 시장에 큰 생채기를 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에서 오픈 환경의 유닉스 서버 기반으로 주전산시스템을 전환하려 했던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 이른바‘KB사태’는 셜리 위 추이 한국IBM 사장이 이건호 전 행장에게 한통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진 내부 갈등은 물론 은행과 지주사의 갈등이 표면화됐으며 결국 금융감독원은 물론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관까지 개입하면서 국민은행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갈등이 증폭됐다. 이 전 행장, 임 전 회장, 사외이사진들이 물러나거나 사의를 표하면서 일단락됐으며, 국민은행은 지난 11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2020년까지 현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D램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구조적인 호황 국면이 이어졌다. 주요 공급업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로 좁혀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이 덕에 D램 가격은 상승,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공급업체들의 매출과 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가량 늘어난 29~30조원, 영업이익은 40% 이상 확대된 9조원 안팎을 예상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은 16조원대 중후반, 영업이익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약 20%, 영업이익은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일본 엘피다 인수를 통해 D램 업계 3위로 뛰어오른 미국 마이크론도 상황이 좋다. D램 시장은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소수 업체들이 달콤한 과실을 따먹고 있는 상황이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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