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시간은 한국IBM의 편이었다. 주전산기 전환 사업을 위한 사업 시기를 사실상 놓친 국민은행이 결국 메인프레임 주전산기를 유지하기로 결론냈다.
KB국민은행이 결국 주전산기 전환사업을 접었다. 기존 사용하고 있던 메인프레임을 2020년 7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4일 국민은행 이사회는 차기 주전산시스템으로 현 한국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 냈다고 밝혔다.
◆두번의 한국IBM 단독 입찰, 예정된 수순=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2008년 한국IBM과 2015년까지 7년간 2100억원 규모의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계약을 체결했다. OIO는 IBM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의 유지보수와 시스템 운용, 컨설팅 등을 장기간 공급받는 계약이다.
다만 메인프레임의 특성 상 한국IBM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과 DB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과, 다른 시중은행들이 유닉스 기반의 오픈환경으로 대부분 전환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국민은행 역시 유닉스 주전산시스템 전환을 결정하고 지난 2013년 초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한국IBM 셜리 위 추이 사장이 전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이른바 ‘KB사태’를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이건호 전 행장과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그리고 IT관련 임직원들의 사퇴를 불러 오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KB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한국IBM은 승리자로 남게 됐다. 반면 유닉스 진영은 KB사태로 인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사업이 무산되는 악재를 겪게 됐다. 양 진영에 이번 KB사태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번 국민은행의 메인프레임 유지 결정은 이미 예상됐던 바다. 이번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던 국민은행으로선 주전산기 전환 문제를 어떻게든 빠르게 봉합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새로운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내정자로 윤종규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체제 출발 이전에 갈등의 싹을 잘라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현재 LIG손해보험 인수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금융당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KB사태로 불거진 안정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국민은행의 앞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윤종규 내정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요소를 미리 제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14개월간 개발 과정과 현 메인프레임 유지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유닉스 주전산기 전환 사업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자칫 전환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새로운 체제로 출범하는 KB금융과 국민은행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를 놓고 새롭게 주전산기 전환 사업을 검토한 것은 유닉스 진영엔 약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유닉스의 경우 기존 애플리케이션 등 국민은행의 시스템을 유닉스 환경에 맞게 전환하기 위한 사업이 추진돼야 해 초기 사업비 부분에서 메인프레임보다 불리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두번에 걸쳐 실시된 재공고에 유닉스를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IT 서비스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닉스 전환은 다음 기회로?=최근 금융권의 유닉스 전환은 단기적인 비용보다는 장기적으로 특정 벤더에 대한 종속에서 벗어나고 시스템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진행됐지만 이번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사업에선 이러한 점이 고민되기에는 안팎으로 처한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현 메인프레임 체제를 유지한 채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유닉스 주전산기 전환을 위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내년 8월 주전산기 교체를 계기로 내외부 전문가로 TFT를 구성해 중장기 비즈니스 환경변화 등에 대비한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의 전략적 구축방안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메인프레임 유지 결정은 금융 IT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닉스 진영과 풀어야할 숙제가 남았다. 유닉스 주전산기 전환 사업을 위해 연이은 BMT 비용을 투입한 유닉스 진영의 경우 향후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선 BMT에 소요된 비용을 국민은행에 청구하는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 IT시장의 큰 손인 금융시장에서 ‘갑’이라 할 수 있는 금융사와 직접적으로 소송을 벌이기엔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합의를 진행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공정위의 한국IBM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당초 국민은행 이사회는 한국IBM이 독점적 위치를 기반으로 시장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한국IBM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 주전산기를 유지하기로 결론내면서 이사회의 공정위 제소는 헤프닝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아졌다. 공정위 역시 서면조사를 통해 이번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요건이 성립되는 지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IBM이 이번 KB사태의 최종 승자가 됐지만 한국IBM이 국민은행과 빚었던 갈등은 향후 금융IT 시장에 어떤 영향일 미치게 될지도 관심이다. 계약관계에 의해 금융사의 수장이 교체되는 초유의 사건이 생긴 만큼 금융권의 IT사업 전개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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