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 쓰나미로 황급히 피신해야 했던 일부 시민들은 이후 은행 업무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급하게 피신하면서 금융거래를 위한 현금카드, 통장 등을 챙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 지방은행이었던 오가키 교리츠 은행은 카드나 통장 없이도 본인인증을 하고 인출이 가능하도록 손바닥 정맥인식을 통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드나 통장 없이도 손바닥만 금융자동화기기(ATM) 센서에 갖다 대면 본인인증이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한 것.
이에 대해 한국후지쯔 이진화 부장은 “오가키 교리츠 은행의 손바닥 정맥인식 가입 고객이 현재 20만명까지 늘어난 상태”라며 “비접촉에 편의성 등이 더해져 일본에서 정맥인식을 통한 금융 서비스 가입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 생체인식을 통한 본인인증 방법이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본인인증 수단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인인증서’ 폐지론이 불거지면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생체인식 기술은 분실의 위험이 없고 해킹 위험에 있어서도 대응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 중 금융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정맥인식 기술이다.
생체인식은 눈의 홍채를 이용하는 홍채인식, 손가락의 진피를 이용하는 지문인식, 그리고 핏줄의 모양을 인식하는 정맥인식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홍채인식은 인식의 번거로움과 편의성 면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으며 지문인식은 위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맥인식은 표피 아래 핏줄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위조 가능성이 낮고 인식률도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생체인식을 금융권에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지문인식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정맥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정맥인식 기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손가락 정맥을 이용하는 ‘지정맥’, 손바닥 정맥을 이용하는 ‘손바닥 정맥’, 그리고 손등을 이용하는 ‘손등 정맥’ 기술이 대표적이다.
현재 일본의 경우 지정맥과 손바닥 정맥 기술이 금융권 본인인증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히다찌와 후지쯔가 각각 지정맥과 손바닥 정맥 기술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점유율로는 지정맥 인식이 손바닥 정맥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진화 부장은 “일본은 경쟁은행간 배타적인 기술 적용 성향이 있다. 기술적 판단이 이보다 중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정맥의 경우 센서에 손가락을 갖다 대야해 위생상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인식률도 손바닥 정맥에 비해 낮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손가락의 경우 부상을 입으면 인식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온도변화에 따라 정맥 인식률이 달라질 수 있어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손바닥 정맥 기술은 우리나라 은행권에서도 이미 상용화된 바 있다. 이진화 부장은 “일부 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는 포터블 브랜치에 후지쯔의 손바닥 정맥 인식 기술이 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포터블 브랜치는 지점에서 가능한 금융업무에 이동성을 더한 것으로 텔러가 가지고 다니는 만큼 분실 위험 등 보안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기기다. 이에 한국후지쯔는 기기를 부팅하는 과정에 텔러의 손바닥 정맥을 인식하는 과정을 넣어 본인이 아닌 경우 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생체인식 기술이 일반 대중들에게 적용돼 금융권에서 쓰이는 시기는 언제가 될 까? 이 부장은 “일본의 경우도 금융기관에 따라 생체인증 유무, 인증방식이 달라 거래를 생체인증에 한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금융기관에 의해 전국적 방식 통일이 가능하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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