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의 진실 왜곡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은 최근 삼성전자와 가대위가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들과 협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조정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자 “우리 동의 없는 조정위원회 설치는 무효”, “진정성 없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하며 삼성과 가족대책위를 흔들고 있다. 특히 이들은 조정위원장으로 위촉된 김지형 전 대법관(현 변호사)에 대해서는 “우리 입을 틀어막는 삼성의 도구로 쓰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가족대책위에 속한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 및 가족 6명은 반올림과 함께 활동하던 이들이다. 그러나 반올림 측이 의견을 묵살하고 정치적 목적성을 띠게 되자 결별 뒤 대책위를 꾸려 삼성과 직접 협상에 임하고 있다. 현재 반올림에 남은 직업병 피해 혹은 의심당사자는 2명이다.
17일 가족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반올림이) 가족대책위와 조정위원회 구성을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우리를 존중한다고 말한 이들이 어느 순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독한 말과 행동을 보이다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러해 동안 넉넉하지 않은 생계에도 묵묵히 (삼성과) 싸워 온 가족대책위 가족들의 진정성 만큼은 왜곡하지 말아 달라”며 “일방적 비판과 폄하 일색인 공개서한이나 기자회견을 자제하라”고 강조했다. 또 “(이종란, 공유정옥, 임자운 등) 반올림 활동가를 비롯한 단체들은 교섭 당사자인 가족대책위의 안을 존중하고 지혜를 모아주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정위원회 설치는 책임회피용’이라는 반올림 측 주장도 반박했다. 가족대책위는 “(반올림에 속해 있던) 1년 반 동안 (삼성과의) 교섭은 (반올림 활동가들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논의조차 되지 못한, 굴러가지 못하는 수레였다. 고장난 수레는 소리만 요란했다. 가족대책위는 이 수레를 고치고자 조정위원회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정위원회는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조정의 권한 만을 가진다. 이는 삼성이 면피하거나 피해가족 주체들이 힘의 논리로 강제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위원장 선출 과정도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되도록 약자나 소수자 편에 설 수 있고, 노동자 아픔과 삼성반도체 문제를 이해하며 교섭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분, 신망이 두터운 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김지형 전 대법관이 흔쾌히 역할을 해보겠다는 소신을 보여 조정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일반노조도 반올림 및 반올림에 동조하는 시민단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과의) 교섭 주체는 직업병 노동자와 유족”이라며 “반올림이 시민단체들을 꼭두각시처럼 앞세워 조정위원회를 폄하하고 매도하는 건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말했다. 또 “올바른 해결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는 적어도 가족대책위 주장이 담긴 신문기사라도 읽으라”며 “왜 반올림에 속했던 피해 당사자 8명 중 6명이 나왔는지, 왜 별도로 삼성과 직접 교섭을 요구했는지, 왜 조정위 구성을 제안했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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