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들과 삼성전자가 재발방지 대책 및 보상을 놓고 벌인 7차 대화는 협상 주체를 둘러싼 갈등만 빚은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3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진행된 7차 협상에서 직업형 피해 의심 당사자 및 가족 6인(송창호·이선원·김은경·정희수·유영종·정애정)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라는 이름으로 “반올림과 삼성전자 사이의 협상이 1년 6개월 동안 큰 성과가 없었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책위를 꾸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반올림 측은 실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묵살했다”며 “(그간 우리 의견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올림에서) 저희 의견이 사라지고, (삼성 측 제안 수용으로 인해서) 저희들도 사라지는 게 두려워 우리 목소리를 내게 됐다”라고 부연했다.
협상단을 새로 꾸린 반올림 측(피해 주장 가족 황상기, 김시녀씨, 노무사 이종란, 의사 공유정옥, 변호사 임자운)은 “우리 의견을 묵살했다”는 대책위 주장에 대해 별 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황급히 협상장으로 올라갔다.
협상은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반올림 측은 가족 6명과 입장이 달라 함께 협상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협상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대표로 나선 송창호 씨는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올림과 교섭을 함께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자리를) 함께 하자는 식으로 주장했으나 이견이 컸다”며 “협상은 잘 안됐다”고 말했다. 송씨는 “우리는 교섭이 진전되길 바라고, (보상안 등이 마련되면) 빠르게 확대 적용하자고 전달했다”며 “반올림은 우리와 함께 얘기할 수 없다고 했지만 삼성은 이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간사인 공유정옥 의사는 “(대책위가) 독자 행보를 할 것이란 건 알았지만 한 자리에서 3개의 교섭 주체(반올림-대책위-삼성전자)로 협상하고 싶다는 의견은 오늘 처음 들었다”라며 “삼성 측에 어떤 의견인 지 답을 달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올림 측은 정작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반올림 교섭 대표인 황상기씨는 “가족 의견이 묵살됐다”는 주장에 대해 “반올림 결성 이후 지금까지 어느 개인 한 사람 의견으로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공유정옥씨는 “특정인이 특정인의 의견을 묵살해선 1년 반동안 (협상을) 끌어올 수 없었다”며 “늘 이견은 었었지만 어떻게든 조정해서 왔다”고 말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저희는 같이 시작한 협상이니 타결까지 함께 잘 마무리하자고 여러차례 간곡히 요청했으나 반올림은 다른 여섯 분과는 함께 대화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며 “가족 분은 보상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의를 빨리 진행해 다른 분들에게도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저희도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올림은 대다수 가족과의 사이에 발생한 균열의 책임을 저희에게 돌리려 했으나 저희는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은 가족의 요구를 외면한 반올림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이와 함께 저희는 앞으로 더 이상 사실과 다르게 협상 지연이나 균열의 책임이 회사(삼성)에 있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되풀이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8차 협상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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