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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안되니 가전제품 결합 꼼수?…이상한 알뜰폰 요금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이 TV, 냉장고, 노트북을 스마트폰 요금제에 포함시켜 판매해 물의를 빚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고가의 경품을 통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행위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경품이 보조금을 대체해 일부라도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에넥스텔레콤은 최근 복수의 TV홈쇼핑을 통해 스마트폰+가전제품을 결합한 요금상품을 판매 중이다.

가장 최근 NS홈쇼핑서 판매된 구성은 삼성 갤럭시코어(출고가 21만6000원)에 삼성의 40인치 TV, 노트북, 김치냉장고를 묶었다. 노트북 결합은 매월 3만6500원, TV 3만8500원, 냉장고는 3만9500원의 요금을 36개월간 내야 한다.

에넥스텔레콤이 밝힌 냉장고의 가격은 120만원. 즉 3만9500원 요금제로 36개월을 이용하면 총 142만2000원이다. 냉장고 가격 120만원을 제외하면 22만2000원의 요금만 내는 셈이다.

소비자에게 굉장히 이득인 것 같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일단 에넥스텔레콤은 냉장고(모델명 RQ28H61007F) 가격을 12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인터넷에서는 9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92만1100원이 인터넷 최저가다. 삼성전자로부터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요금상품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으로 냉장고 값을 토해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요금제에 있다. 이 요금제는 상시적으로 가입을 받는,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요금상품이 아니다. 일단 3만9500원에서 부가세(3950원)는 별도다. 또한 할부이자 4372원도 36개월간 매달 납부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이용자가 매달 내는 비용은 4만7822원인 것이다.

여기에 요금제를 구성하는 통신서비스는 음성통화 50분이 유일하다. 스마트폰 요금제로 볼 수 있지만 데이터는 단 1MB도 주지 않는다.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에넥스텔레콤은 100메가에 5000원, 1기가에 1만원에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다. 무료 문자도 없다. 음성 50분만 제공한다. 음성 50분(분당 108원) 이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5400원이다. 즉, 소비자는 120만원(실제 유통점 판매가격은 90만원 초반) 냉장고를 4만2000원 가량씩, 총 150만원대에 구매하는 셈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냉장고를 36개월 장기간에 할부로 구입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혜택이 없다.

데이터요금, 문자요금, 추가 음성요금 등을 감안하면 에넥스텔레콤은 비싼 가격에 가전제품을 팔고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은 별도로 챙기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일반폰을 쓰는 게 낫다. 또한 월 50분 무료통화는 우리 국민들의 평균 통화시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추가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료 발생은 불가피한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갤럭시코어)을 36개월간 이용해야 한다. 스마트폰 내구성 등을 감안할 때 약정기간 중 단말기 구매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세부적인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공짜로 가전제품을 제공하다고 해서 덜컥 가입할 경우 3년 내내 고생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의식한 듯 에넥스텔레콤은 무료 음성 제공량은 조그마한 글씨로만 표기했다. 쇼호스트는 오로지 냉장고, TV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 데이터나 문자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동통신 상품 중 가장 중요한 단말기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갤럭시코어는 삼성 제품 중 가장 낮은 사양의 스마트폰 중 하나다. 그저 2014년 최신형 스마트폰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에서도 에넥스텔레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대신 경품을 제공하는 사례로 확산될 수 있는데다, 소비자 혜택보다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요금상품에 가전제품 값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보편적으로 정상적인 요금상품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과다경품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규제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이용자 중심으로 볼 때 손해인지, 피해를 주는 것인지 잘 봐야 한다”며 “이런 사례가 계속 나타날 경우 시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 역시 “통신상품을 파는데 4만원 받고 음성은 50분 주고 데이터를 안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동통신 요금제라면 통신서비스가 포함돼야 하는데, 법적용 이전에 건전한 상식에 어긋나는 요금제 같다”고 지적했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요금과 가전제품 할부금이 결합된 것”이라며 “소비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결합, 36개월 할부개념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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