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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매각·청산…팬택 채권단의 침묵, 의미는?

- 채권단, 매각 이익 극대화 전략 요지부동…이번 주, 분수령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팬택은 국내 휴대폰 점유율 3위 제조사다. 지난 3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지난 2일 통신사 출자전환 1800억원을 전제조건으로 한 채권단 3000억원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워크아웃 연장 계획을 의결했다. 그러나 통신사는 출자전환 대신 채무유예를 선택했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방안은 성립되지 않았다.

팬택 채권단은 ▲산업은행(지분율 11.81%) ▲농협(5.21%) ▲우리은행(4.95%) ▲신용보증기금(4.12%) ▲하나은행(3.49%) ▲수출입은행(2.78%) ▲신한은행(2.55%) ▲국민은행(1.75%) ▲대구은행(1.16%)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팬택이 워크아웃을 지속하려면 채권단이 팬택의 새 워크아웃 계획을 의결해야 한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팬택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채권단의 속내는 무엇일까.

채권단이 처음 제시한 워크아웃 계획은 팬택 매각을 통한 채권단 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자전환은 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일이다. 통상 기존 자본금 즉 주식의 감자와 함께 이뤄진다. 채권단은 10분의 1 감자 뒤 출자전환을 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31일 기준 팬택의 자본금은 2641억원 최대주주는 퀄컴이다. 퀄컴 지분율은 11.96%다. 3대 주주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지분율은 10.03%다. 10분의 1 감자를 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1%대로 낮아진다. 출자전환 뒤 팬택의 자본금은 5064억원이 된다. 채권단 지분율은 60%를 상회한다. 확실한 경영권 장악을 할 수 있는 수치다.

채권단 입장에서 퀄컴과 삼성전자가 경영에 참여치 않지만 매각 또는 청산을 하게 될 경우에도 가만히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둘이 손을 잡고 채권단에 들어와 있지 않은 금융기관이나 다른 주주를 규합하면 채권단 지분율을 웃도는 것은 금방이다. 퀄컴과 삼성전자가 대주주가 된 것은 1차 워크아웃 종료 직후다.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 경영진은 독자생존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감자를 통해 이들의 힘을 빼고 출자전환으로 지분율을 높인다. 채권단 구미에 맞는 매각 대상자 물색이 가능해진다. 매각을 신주 발행이 아닌 구주 인수 조건으로 하면 출자전환으로 성격이 바뀐 채권은 전액 회수할 수 있다. 물론 감자 과정에서 채권단 손실도 발생하지만 이는 인수합병(M&A) 협상에서 생기는 부수입 즉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 통신사 출자전환은 매입 기업에게 채권단이 주는 당근이다. 통신사가 주주니 사업 영속성에 문제가 없다는 설득 카드다.

채무유예는 팬택의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만 채권단의 구상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매각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기술과 시장지배력 등만이 아니다. 그 기업의 자산이 영향을 미친다. 1800억원의 빚이 그대로니 그만큼 값을 깎아줘야 한다. 통신사는 팬택과 채무유예 약속을 한 것이지 인수 기업과 한 것이 아니다. 팬택을 사면 국내 통신사와 안정적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보험도 없다.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채권단의 침묵은 아직 매각 이익 극대화 전략을 수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출자전환에서 채무유예로 분위기가 바뀌자 통신사가 팬택 제품 의무 구매 약속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것이 근거다. 통신사가 주주라는 것에서 통신사가 매출을 보장해준다는 쪽으로 매물이 갖는 가치를 노골화 했다. ‘알아서 사 줄 것’이라는 카드를 ‘이만큼은 확실히 살 것’이라는 카드로 전환한 셈이다. 잘만하면 1800억원의 빚을 상쇄할 수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

팬택의 생존에 초점을 맞추면 통신사가 채무유예나 구매 약속 등을 채권단과 할 필요가 없다. 팬택과 하면 될 일이다. 워크아웃 이후에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팬택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팬택 팔기’에서 ‘팬택 살리기’로 방향을 전환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없애고 현 지분을 회수하는 형태 매각 방법이 남아있지만 기대이익이 대폭 낮아진다. 또 팬택 임직원이 법정관리 때도 남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팬택의 근본적 경쟁력은 사람이다. 사람이 나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한편 채권단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떤 방향이든 좋지 않다. 지금으로써는 매각을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은 실패다. 물론 채권단은 팬택을 청산해도 다른 채권자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팬택 ▲토지 ▲건물 ▲기계장치 ▲임차보증금 ▲회원권 등 자산 대부분을 담보로 잡고 있다. 다만 산업재산권(특허권)은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의 담보다. 대신 팬택 및 팬택 협력사 임직원 7만여명과 그 가족 30만여명의 생계를 나 몰라라 했다는 사회적 비난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채권단의 결론이 무엇일지 주목된다. 이번 주가 분수령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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