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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소형가전, 시장을 넓게 바라볼 시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5월 30일 관세청이 공개한 ‘공산품, 가공품의 수입가격’ 현황에서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그리고 전기면도기와 같은 소형가전이 수입가격 대비 국내 평균 판매가격이 가장 높은 품목 TOP10에 포함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격 거품이 심한 것으로 잘 알려진 유모차보다 순위가 높은 품목이 나왔고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가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은 외국 업체가 상당 부분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진공청소기의 경우 그나마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포함되어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평균 판매가격은 수입가격 대비 4배에 달했다. 수입가격이 5만원이라면 소비자격은 20만원이라는 얘기다.

진공청소기 가격이 부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판매가 이뤄지는 이유는 그만큼 별다른 경쟁자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일반적인 캐니스터형, 그러니까 본체와 헤드가 분리되어 있는 진공청소기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주도하고 있지만 무선 진공청소기의 경우 일렉트로룩스, 필립스, 다이슨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 분야만큼은 국내 업체가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나마 최근 LG전자가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대응태세에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 행보다.

그래도 진공청소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기다리미와 전기면도기는 사실상 국내 업체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기다리미는 필립스와 테팔이 시장을 양분한 상황이고, 전기면도기에서도 필립스 및 브라운이 아니면 선택지가 그리 넓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들 제품이 아니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터라 다른 고민을 할 겨를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입가격을 2.8~4배까지 뻥튀기해도 제품이 팔릴 수밖에 없다. 몇몇 국내 중소업체가 있으나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형가전 자체는 꽤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유럽은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커피머신 등이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후 2011년 유럽 전체 소형 생활가전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키프로스 등 일부 국가를 빼고도 평균 5~10% 성장하는 등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대형 백색가전이 주춤한 사이 반등을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입지가 넓다.

하지만 진공청소기를 제외한 전기다리미, 전기면도기, 전동칫솔, 커피메이커, 헤어스타일러 등에서 국내 업체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결국 국내외 업체가 건전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가격거품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뛰어들기도 어렵다. 중소기업 영역까지 문어발식 사업을 펼친다는 손가락질이 뻔해서다. 이런 점이 아니더라도 국내 대기업이 소형가전에 발을 들여놓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말이다.

관세청은 수입가격을 공개한 지 6개월이 되는 10월 공산품 판매가격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을 거쳐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보다 좋은 방법은 여력이 충분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한 대기업을 적절한 수준에서 끌어들이는 건전한 경쟁이다. 수입가격 대비 국내 평균 판매가격 TOP10 품목에서 가장 많은 품목이 가전제품(3개)에서 나왔다는 점은 분명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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