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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犬)들이 보는 TV'가 던진 '수신료 배분 화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개(犬)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상품이 인기다. 사람도 아닌 강아지들을 위한 채널인데다 가격도 월 8000원으로 만만치 않지만 인기는 뜨겁다. 틈새시장을 제대로 간파했다는 평가다.

'도그TV'의 시장 연착륙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단순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뿐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신료 배분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 전용 방송, 무엇이 통했나=올해 들어 3대 복수유선종합방송사(MSO)들은 잇달아 애완견을 위한 전용채널 '도그TV'를 잇달아 론칭했다. HD로 도그TV를 송출하고 있는 티브로드는 하루에 100명 가까이 도그TV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전혀 없었던 분야기는 하지만 이정도 반응은 다른 인기 유료채널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출시하자마자 재미를 보고 있는 '도그TV'에 대해 유료방송사들은 시청자의 니즈를 간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집에 홀로 남겨지는 반려견을 위한 주인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성공사례는 쉽게 전파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사람도 아닌 개(犬)들이 TV를 보고, 실제 방송상품을 팔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지만 국내의 애완동물 시장을 감안했을때 나름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CJ헬로비전이 포문을 열자 티브로드, 씨앤앰이 곧바로 뒤를 따르고 있다. "괜찮더라"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IPTV, 위성방송 등도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유사한 방송상품 개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대형PP들은 중소개별PP 의무구성채널 할당제 도입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대형PP들은 중소개별PP 의무구성채널 할당제 도입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체제작 아니어도 차별점은 있어야='도그TV'의 성공사례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PP산업 활성화, 특히 수신료 배분과 관련해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부는 중소개별 PP(콘텐츠채널사용사업자)에 일정비율(20% 가량)을 의무구성하는 채널할당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플랫폼 사업자와 대형PP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도그TV'처럼 특색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90년대 2000년대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을 무한송출하는 PP들에게는 더 이상 수신료를 배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MSO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특색있는 콘텐츠, 채널에 대해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지상파 계열, 종합편성채널 등이 제작역량을 갖추고 있고, 사실 잘하는 곳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자체제작이 아니더라도 도그TV처럼 기존에 있는 콘텐츠와 차별점이 있다면 플랫폼 사업자도 좋을 것"이라며 특색있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 수급을 주문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과거 아날로그와는 달리 디지털 시대에서 채널은 무한정 늘릴 수 있다. 문제는 수신료다. 배분의 법칙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종편이 4곳이나 등장하면서 중소개별PP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때문에 중소개별PP들이 제 대접을 받으려면 그만큼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들의 견해다. 모두가 공평하게 수신료를 나눠서 먹고 살기는 힘든 상황이고 결국 잘하는 곳에 더 수신료를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개별PP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소위 황금채널인 30번대 이하 채널을 대기업, 종편, 지상파 계열 PP들이 차지한 가운데 영세한 개별PP들에게 지나친 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육성여건을 만들고 그 이후에도 투자를 안한는 PP를 배제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개별PP들의 입장에 서 있다. 일단 논의는 건전한 개별PP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유료방송 시장, 플랫폼 사업자들의 열악한 수신료 재원 현황을 감안하면 n분의 1의 수익배분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체제작 능력을 키우거나, '도그TV'처럼 기존에 없던 아이템으로 승부를 하거나, 경쟁력 확대, 차별화 모색이 앞으로의 방송프로그램 시장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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