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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지배하는 세상 vs. 조중동이 지배하는 세상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라는 곳에서 '네이버와 한국사회' 라는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열었나보다. 네이버 규제 논란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왔던 기자로서, 사전 정보가 없어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발표 자료와 언론보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한 후속 취재를 통해 대충 분위기를 알아보려고 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세미나 주제발표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은 삼단논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독점은 사회의 다양성을 저해한다. 네이버는 포털 시장의 74%를 점유하고 있어 독점이다. 그러므로 네이버는 다양성을 저해한다.”

주제 발표에 나선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표자료에서 “한 사회의 발전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는 다양성”이라며 “독점은 ‘어찌 됐든’ 다양성을 저해시킨다”며 네이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교수는 "74%가 같은 뉴스를 보면서 같은 생각과 같은 판단을 하게 되며, 이는 결국 문화권력이 돼 비판적 성찰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삼단논법에는 다소 이상한 점이 있다. 네이버는 하나의 서비스가 아니다. 검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낸 것이 네이버라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우리가 흔히 ‘네이버가 7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검색’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다. 74% 사람들이 네이버를 통해 검색한다고 해서, 그것이 74%의 사람들이 같은 뉴스를 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보자. 지난 3월 네이버뉴스 순방문자수(UV)는 약1571만명이었고, 미디어다음은 1312만명이었다. 네이버가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다. 페이지뷰(PV)는 오히려 네이버보다 다음이 더 많았다. 미디어다음은 3월 약 15억 PV를 일으켰고, 네이버뉴스는 13억 PV를 기록했다.

솔직히 이야기해보자. 네이버가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라서기 전,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던가?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다. ‘조중동’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불릴 정도로 특정 정치색을 가진 신문이 여론을 독점하고 있었다. 오히려 네이버뉴스 등 포털뉴스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면서 다른 매체들도 힘을 키웠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 때 네이버가 했던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조중동이 그토록 싫어하고 반대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라는 뜻의 인터넷 속어) 매체’들과 1/N로 엮이기 싫다는 것 때문이었다.

때문에 네이버는 최 교수의 주장과 반대로 한국의 미디어의 다양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로 인해 조중동의 여론 지배가 많이 약화됐으며, 신생, 중소 언론사들이 네이버라는 플랫폼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정권에 비판적인 미디어오늘 같은 매체도 네이버의 도움을 받아 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뉴데일리 같은 친정부 성향의 매체는 네이버가 없었으면 존립하기 어려운 회사였다. 블로터닷넷 등의 IT전문 미디어도 네이버가 성장의 근간이었다.

서강대 류석진 교수는 세미나 이후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우리가 언제는 다양성이 있는 사회였나. 이 획일성이 과연 네이버의 탓인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물론 네이버가 커다란 장벽이기는 하다. 장벽 안에 들어간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받지만, 장벽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미디어들은 기회조차 부여받기 힘든 현실이다.

숙제는 여기에 있다. 네이버라는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 매체에 문을 열었을 때 발생할 비용 상승 및 서비스 품질 저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반면 장벽 밖에 있는 매체들은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실에, 네이버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론의 다양성을 책임지는 중소, 신생 미디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네이버가 장벽을 낮추고 그 안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지, 네이버가 사라진 후 다시 조중동이 여론을 지배하는 세상은 아니다.

언론이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뉴스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사라진다면 한국 저널리즘이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이는 마치 19세기 초 기계의 발전을 거부했던 러다이트(Luddite) 현상에 비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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