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국내 인터넷 업계 입장에서 올해는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을 완성한 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해까지 2~3년간은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을 이루는 과도기였다면, 올해는 유선 인터넷 시대가 끝나고 완벽하게 모바일 시대가 열렸음을 확인하는 한 해였다.
지난 해 야후닷컴, 파란닷컴이 무너지면서 기존 인터넷 업체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막지는 못했다. 포털 업계 3위의 SK커뮤니케이션즈도 모바일이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원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를 분사키로 했으며, 네이트 검색도 외부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위기는 다른 이에게는 기회다. 카카오톡은 플랫폼 전략을 완성하고 국내 모바일 업계의 지배자로 등극했다. 수익모델에 의심을 받던 카카오톡은 올해 2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경우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에 가장 잘 대처한 1세대 포털로 손꼽힌다.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경우,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인터넷 산업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라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언론 및 정치권과의 전쟁을 치러야했다.
◆유선 인터넷 시대의 종말=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4000만명을 돌파했다. 사상 최초다. 그러나 유선인터넷 접속률은 82.1%에서 79.8%로 감소했다. 가구 컴퓨터 보유율도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82.3%→80.6%)했다.
이는 유선 인터넷 시대의 종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스마트폰 보유 가구 비율은 79.7%로 올랐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로 장소에 상관없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58.3%에서 91%로 크게 늘었다.
모바일 기반 인스턴트메신저 사용 비율도 2012년 60.1%에서 82.7%로 증가했다. 인터넷뱅킹 이용자 가운데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29.2%에서 65.4%로, 인터넷쇼핑 이용자 중 모바일쇼핑 이용 비율은 23.8%에서 43.2%로 각각 두배 가량씩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 이용률이 2012년 89.6%에서 96.8%로, 50대가 60.1%에서 80.3%로 증가해 중장년층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야후와 파란닷컴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SK커뮤니케이션즈가 늪에 빠진 이유는 이같은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K컴즈는 싸이월드를 분사하고, 네이트 검색을 외부 제휴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희망퇴직을 통해 50∼60%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모바일 전성시대=올해 카카오톡은 국내 모바일 세상의 최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해 카카오톡 게임 애니팡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면, 올해는 지배자로 등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은 카카오 플랫폼 없이 성공이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올해도 다함께차차차, 윈드러너, 쿠키런,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포코팡 등의 히트게임이 카카오톡을 통해 나왔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4개의 카카오 게임이 수상할 정도였다.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의 성공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확장시켰다.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그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냈다.
국내 유선 인터넷 시장의 절대강자 네이버는 카카오톡과의 정면대결 대신 해외 시장 공략을 선택해 성공을 거뒀다. 라인은 지난 달 가입자 3억명을 돌파했다. 영미권의 왓츠앱, 중국의 위챗과 함께 3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잡았다.
라인의 성공은 네이버가 모바일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네이버 주가는 연초 34만원에서 23일 종가 기준 74만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도 코스피 6위에 달한다. 라인의 힘이다.
네이버는 올해 모바일 시대 생존을 위해 회사를 쪼갰다. 모바일 비즈니스를 이끌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설립했고, NHN도 네이버(포털)와 NHN엔터테인먼트(게임), 라인플러스 등으로 분사했다.
네이버와 한게임을 뭉쳐 NHN인 신화를 이뤘다면, 모바일 시대에는 작은 조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포털 규제 논란=인터넷 업계가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움직임과 싸우고 있을 때 정부와 언론은 규제의 칼을 꺼내들었다.
보수언론은 연일 머릿기사를 통해 포털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네이버를 겨냥한 것이었다. 네이버가 인터넷 생태계를 죽인다는 기사가 계속 출고됐다.
네이버가 온라인 뉴스 유통채널을 잡고 있어서 주류 언론의 독자적인 온라인 전략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주류 언론이 나서자 정치권이 뒤를 이었다. 정부 여당은 일명 ‘네이버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이 심해지자 네이버는 상생 활동을 본격화했다. 기존의 해피빈이나 소프트웨어 학교 NEXT 이외에 벤처창업지원펀드, 문화콘텐츠지원펀드,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등에 15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공정위의 규제 움직임에는 네이버와 다음이 함께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당사자에 과징금 등 제재조치 대신 자발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해 스스로 위반요소를 제거하고 피해구제까지 진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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