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한주엽기자] 관심을 모아왔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삼성은 2일 사장 승진 8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6명 규모의 201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 발표했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한 삼성전자 출신 인력들이 그룹 계열사의 핵심 포스트에 많이 배치된 것이 눈에 띤다.
이와함께 기존 패션사업부문의 삼성에버랜드 이관,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결정 등으로 내부변화가 큰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 대표이사 변화가 예상됐던 계열사들은 예상대로 교체가 단행됐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 사장단 인사는 큰 폭의 인사는 아니었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 윤부근, 신종균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사장에서 부회장 승진에 최소 7년 정도가 필요한 삼성 내부의 전통을 중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부회장 승진이 유력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승진 명단에는 없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그룹 분할및 사업구도 재편에 대한 예측도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게 됐다.
앞서 최근 최지성 부회장 등 그룹 고위층이 미국 하와이에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을 면담하고 돌아오면서 삼성그룹 인사는 초읽기에 들어갔었다. 당초 4일 또는 5일중 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2일로 일정을 앞당겼다.
◆삼성전자 인력 중용, 철저한 성과주의 = 삼성그룹측은 이번 사장단 인사의 주요 특징으로 \'성과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실천에 옮긴 것을 꼽고 있다.
특히 삼성측은 삼성전자의 성공 경험을 계열사로 전파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사장 승진 대사장중 5명이 삼성전자에서 배출됐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조남성 부사장이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겨 중책을 맡았고, 삼성전자 원기찬 부사장은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이선종 부사장은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또한 삼성측은 사업 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혁신 선도할 인물 중용했다고 밝혔다.
◆‘LTE 시장 선도’, 신데렐라는 누구? = 이번 사장단 인사에선 철저하게 성과주의가 작용했다.
먼저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사진)은 통신시스템 전문가로 삼성전자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와 와이브로(WiBro)의 세계 최초 상용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사장은 2010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LTE를 비롯한 차세대 통신기술을 선도하고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측은 이번 승진 조치로 통신사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종호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은 20여년 간 휴대폰 생산을 이끌어 온 제조 전문가로, 안정적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휴대폰 사업의 글로벌 1위 도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남성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은 일본 본사 반도체 LCD사업부장, 삼성전자 스토리지담당, LED사업부장 등 반도체 사업을 두루 경험했으며 그동안 그룹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측은 부품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바탕으로 제일모직을 초일류 부품소재 기업으로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 북미총괄 인사팀장, 디지털미디어총괄 인사팀장을 거쳐 2010년부터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장을 맡아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글로벌 핵심인력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측은 원사장이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회계·자금·세무 등의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재무관리 전문가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메모리·LCD 제조 등을 두루 경험한 부품 전문가로 꼽힌다. 박 사장은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으로 부임한 후 차별화된 제품개발과 제조혁신을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의 지속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낙점됐다.
한편 삼성측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패션 전문가로서 패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패스트 패션과 아웃도어 사업 진출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 왔다고 승진 배경을 밝혔다.
삼성측은 이 사장이 패션사업의 에버랜드 통합 이관 이후 제2의 도약을 견인하는 한편, 제일기획의 경영전략부문장도 겸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엇갈린 희비, 뜨고 진 별 = 이번 인사로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고순동 삼성SDS 사장,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 등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생명 박근희 부회장과 삼성벤처투자 최외홍 사장은 그룹 일각에서 퇴직이 예상됐으나 삼성사회공헌위원으로 위촉됐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DS) 전동수 사장은 올해 초 불산사고로 인해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크게 중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일모직사장으로 부임한 조남성 사장 역시 그룹 내 로열티가 높은 인물로 분류된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장인 박동건 부사장 역시 로열티 높은 인물로 꼽힌다. LCD의 경우 OLED에 밀려 실적이 다소 어려웠으나 로열티로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박동건 부사장의 경우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져있다. 장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올해 실적이 좋지않은 삼성엔지니어링 등 최근 경영진단을 받은 그룹내 일부 계열사의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한주엽 기자>poweruser@dda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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