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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청법 2조5호에 쏠린 각계 시선…법률개정 시급 ‘한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아청법 2조5호, 성범죄자 양산인가? 아동·청소년 보호인가?’를 주제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 최민희, 김광진, 박완주, 이석기, 전정희와 사단법인 오픈넷이 주최했으며 각계 전문가와 현업인이 모여 이른바 ‘아청법’(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논의의 핵심이 된 아청법 2조5호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내용이 담겨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해당 조항의 표현이 주관적이고 기준 자체도 모호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수사·사법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성범죄 처벌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성인배우라도 교복을 입고 성행위를 하면 청소년 음란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되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해당 조항의 내용을 구체화해 법률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토론회 주최 측인 오픈넷은 음란물 정의 규정에 대한 명확성 원칙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금지의 원칙 등으로 아청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최민희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단지 다운로드한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속의 등장인물이 미성년자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성범죄자로 낙인돼 10년 취업제한, 20년 신상등록 등의 위험에 놓이게 됐다”며 “아청법이 본래 입법 취지에 맞게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동음란물 관련 행위도 아동성범죄 간주…강간범과 같은 양형기준 적용돼=발제에 나선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사진>는 “핵심은 가상의 아동물음란물을 (제작 배포는 물론 소지 자체로도)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게 타당한가”, “실제 아동에 대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은 그림으로 아동청소년으로 설정된 캐릭터가 들어갔다고 최저징역 5년, 20년간 신상등록, 10년의 취업제한의 적용이 타당한가”라고 아청법의 부당함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아청법 때문에 가상의 캐릭터가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경우 실제 강간을 하고 피해자를 양산한 사람과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받는 것을 꼬집어 아청법의 모호한 조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음란물을 배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에 처벌될 수 있으나 음란물의 캐릭터가 아동으로 인식될 경우 최고형량이 7년으로 올라간다.

그는 “살인을 미화하면 제작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하는가. 예를 들어 (가상의) 생명경시죄 등 다른 규제로 처벌하지 않겠나”며 “아동성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아청법 2조5호가 가상과 실사를 차별하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아동포르노규제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청법에 쓴소리 이어져, 법률개정 시급=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아청법 2조5호에 쓴 소리를 쏟아내는 각계 전문가와 만화업계 종사자 등과 함께 법률개정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목소리도 있었다.

우선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본위기 속에서 아청법이 과도하게 개정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이성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아청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성표현의 무조건 아동포르노그라피로 볼 것이냐 에서 경계가 애매한 지점이 있다”면서도 “(가상아동포르노가) 과장되게 표현해 더 자극적인 경우도 있다”고 반대의 사례를 들어 처벌 논의를 구체화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모호한 표현가지고 (만화제작자를)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알아서 자율 규제를 하게 만드는 게 상식적인가. 지금도 완성된 창작물을 수정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법률개정을 촉구했다.

토렌트 이용자 대상 무분별 단속 지적 제기…경찰 “법적인 최종판단 나와야”=양흥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아청법을 근거로 한 파일공유 프로그램 토렌트 이용자 대상의 무분별한 경찰 단속을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아청법이 개정되고 나서 아동성범죄 사건이 (이전대비) 37배 증가했는데 일반적 형사사법절차에서 늘 우려되는 확대적용과 과잉처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비판한 뒤 “토렌트를 이용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업로드가 되는데 이게 업로드되는 순간 배포로 오인한다. 이것의 문제는 배포하는 의지까지 추정한다는 것”이라며 경찰의에 쓴 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팀장은 “배포까지는 입건하는데 최종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토렌트를 실행하게 되면 파일공유 업로드를 확인 가능해 그 부분을 일선에서는 배포로 본다. 법적인 최종평가는 받아봐야 안다”고 답했다.

또 이 팀장은 가상의 음란물 단속 시 애로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청법에서 말하는 가상음란물은 실제 집행경찰관이 어느 정도 심하게 보느냐에 따라 단속 기준이 달라진다”며 “진성음란물은 단속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가상음란물은 현장에서 부딪혀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입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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