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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하루 종일 쓴다던 맥북에어…‘스펙 과장’ 아니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신형 맥북에어와의 첫 만남. 애플은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하스웰)로 머리가 더 똑똑해졌고 하루 종일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살펴보니 본체, 마그세이프가 적용된 전원어댑터, 사용자 설명서가 전부다. 물론 여전히 애플로고가 새겨진 스티커 2장이 포함됐다.

애플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느끼지만 향기가 독특하다. 모두 같은 향기를 뿜어내는데 나쁘지 않은 느낌. 자신도 모르게 자꾸 킁킁거리게 된다. 찾아보니 일종의 향기 마케팅이라는데 애플이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어쨌든 해외에서는 애플 향수까지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니 전 세계 사용자가 공통적으로 느낄만한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

전원버튼을 누르고 몇 가지 운영체제(OS) 설정을 마치고 나면 맥북에어를 사용할 준비가 끝난다. 이번에 써본 제품은 11.6인치 모델로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366×768, 코어 i5 중앙처리장치(CPU),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256GB, 메모리는 DDR3 D램 4GB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사양이다.

 


◆냄새를 맡다=맥북에어가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예쁘장한 디자인덕분에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커피숍에서 맥북에어로 작업하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영향. 그런데 화면을 들여다보니 OS X이 아닌 윈도가 깔려 있어 일부 애플 마이나 사이에서 “저건 진정한 애플 사용자의 자세가 아니야”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단 커피숍에서 맥북에어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아침 10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한 상태에서 전원 버튼을 눌렀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부팅 소리도 켰다. 다들 바쁜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맥 사용자의 자존심 디스플레이 뒷면 애플 로고의 조명도 켰다. 참고로 조명은 무조건 켜야 ‘핏’이 산다. 두 번 켜라. 꼭 켜라.

와이파이를 설정하고 30분간 웹서핑을 했다. 남은 배터리는 99%에 시간은 무려 11시간. 애플에서 제시한 사양보다 무려 2시간이 더 길게 나왔다. 화면밝기를 최대로 올리고 유튜브에서 풀HD(해상도 1920×1080) 동영상을 감상하니 배터리 퍼센트는 별 차이가 없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 7시간으로 뚝뚝 떨어진다. ‘그럼 그렇지’

 


◆알루미늄 가격은 계속 오르네…=다소 무리한(?) 작업을 했는지 본체 뒷면이 슬슬 뜨거워진다. CPU열은 어디서 빼낼까? 겉으로 보기에는 어디에도 방열구가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가장 뜨끈한 본체 왼쪽 뒷면 디스플레이 힌지 바깥쪽을 보니 구리로 이루어진 방열판이 보인다. 그러니까 디스플레이를 열면 힌지 안쪽에 틈이 생기고 이곳을 통해 공기를 빨아들여 뜨거워진 CPU를 식히는 구조다. 머리 좀 썼네.

노트북 사용자가 꼼꼼하게 따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키보드 감촉이다. 태블릿과 달리 키보드가 달린 노트북은 타자를 열심히 쳐서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주로 한다. 작년 출시된 레티나 맥북프로와 비교했을 때 약간 가벼운 터치감이다. “제 점수는요 80점입니다”

 


◆하스웰은 신의 한수=동영상을 끄고 밝기는 중간으로 맞췄다. 그 사이 타자만 1시간 동안 쳤을 때 배터리 사용시간이 6시간이다. 어느덧 점심시간인지 커피숍에 손님이 몰려온다. 이 가운데 맥북에어를 사용하는 여자 손님이 포함됐다. 속으로 흐뭇했다. 어서 신형 맥북에어를 알아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쪽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새로 나온 맥북에어는 기존 모델과 디자인 차이가 없다. 언뜻 봐서 구형인지 신형인지 도저히 알아챌 재간이 없다. 그녀가, 아니 애플이 야속했다. 이래서는 신형 맥북에어를 자랑할 수 없지 않은가. 다만 저쪽 맥북에어는 전원어댑터를 연결해 쓰고 있다. 왠지 모를 승리감.

배터리를 빨리 소모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가상화 프로그램 ‘패럴렐즈’를 돌렸다. CPU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배터리 소모량이 급증했다. 역시 OS X와 윈도를 동시에 돌리면 작업량이 만만치 않다. 하스웰은 3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비브리지)보다 속도가 한결 빠르다. 패럴렐즈에서도 맥북프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더 부드러운 환경을 원한다면 주문할 때 메모리는 4GB보다 8GB를 권한다.

그런데 인터넷 최저가로 4만원이면 충분한 DDR3 D램 4GB 메모리 가격이 애플스토어에 가면 13만4600원으로 훌쩍 뛴다. 처음부터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메모리가 메인보드에 납땜되어 있는 형태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IPS 패널 달아주면 안 될까?=한적해진 오후 3시. 이제 엉덩이가 후끈거리고 허리가 저리다. 오전 10시부터 6시간이나 맥북에어를 이용했는데 아직도 배터리가 2시간 30분이 남았다고 나온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배터리 시간은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한다. 마치 자동차 트립컴퓨터에서 표시하는 실시간 연비와 같다.

디스플레이는 정말 불만이다. 맥북프로처럼 레티나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시야각도 떨어지고 노르스름한 색감이 별로다. 이는 맥북에어가 액정표시장치(LCD)로 TN 패널을 쓰기 때문이다. IPS 패널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응답속도가 조금 더 빠른 것이 장점이지만 전반적인 본체 성능과 비교했을 때 엇박자다.

눈치도 보이고 자리를 정리해 커피숍을 나왔다. 맥북에어는 어떤 가치를 제공할까. 어쨌든 애플에서 판매하고 있는 노트북 가운데 가장 싸다. 맥북에어가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을 생각해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각양각색의 울트라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노트북이다. 더구나 하스웰이다.

스티브 잡스가 1세대 맥북에어를 살짝 보여줬을 때 “예쁘지만 그래봐야 알루미늄 덩어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체가 드러난 이후에 맥북에어를 구입하면 월급이 얼마나 남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맥북에어는 그런 제품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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