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큰 변화를 앞두기 전에 나타나는 현상을 ‘전조’라고 한다. 아마도 이번 델의 선택은 그런 전조로 보인다.
델이 비공개회사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단기적 이익에 연연하는 주주들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혁신 작업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델은 PC제조업체에서 벗어나 기업용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5일(미국 현지시간) 델은 240억 달러를 들여 비공개회사로 전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클 델 CEO는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매니지먼트와 함께 약 244억 달러(한화로 약 26조원) 규모의 회사 지분을 인수했으며, MS에 20억 달러를 융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마이클 델은 14%의 지분을 확보하며 다시 델의 주인이 됐다.
그렇다면 델은 왜 상장폐지를 통해 비공개회사로의 전환을 결정했을까.
마이클 델 회장 겸 CEO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비공개 회사로의 전환이 델과 직원, 고객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솔루션과 장기적인 전략을 폭넓게 실행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델은 지난 4년 간 강력한 실행 전략을 세웠으나, 이것을 실행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투자, 인내를 필요로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실버레이크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지원이 델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말한 델의 ‘전략’이란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이다. 델은 지난 몇년 간 다순히 PC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업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변신을 시도해왔다. 즉, 기업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갖추고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공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델은 지난 몇년 간 꾸준한 인수합병(M&A) 작업을 실시해왔다. 지난 2009년 이후 델은 18개 업체를 인수하며 총 127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스토리지 업체인 컴펠런트와 네트워킹 업체인 포스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도 무려 6개의 기업 솔루션 업체를 인수했다. 보안업체인 소닉월과 앱어슈어, 와이즈테크놀로지, 클레리티솔루션, 메이크테크놀로지스, 퀘스트소프트웨어 등을 인수하며 기업 시스템에 필요한 보안과 백업, 씬클라이언트, IT관리 솔루션을 확보했다. 이를 기존 제품에 접목시키며 자사의 기업용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클 델은 이같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의 작업을 위해서는 주주들의 이익에서는 벗어나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델은 개인용 PC 및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간유통단계를 과감히 생략하고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왕년에 1위의 PC업체 자리를 차지했던 델은 현재 HP와 레노버에 밀려 3위에 머물러 있으며,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역시 성과가 좋지 않다.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서의 성과 역시 생각만큼 빠르게 나오지 않고 있다. x86 서버 분야의 경우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 스토리지나 네트워크, 서비스 등 다른 분야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한편 델의 비공개회사 전환에 대해 시장에서의 평가는 엇갈린다. 생존을 위한 과감한 선택이라는 평도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과연 이러한 변신이 성공할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델은 다양한 혁신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델의 주가는 매분기마다 급락했다.
어찌됐든 이번 결정에 따라 델 내부에서는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영업이나 지원조직의 재편이나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에 더욱 집중하는 한편, 기업 문화도 과거와는 달리 많이 바뀔 것이라는 지적이다. HP 등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발판삼아 도약을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HP는 이날 공식 성명서를 통해 “이번 결정으로 델은 험난한 길에 직면했으며, 불확실성이 확장됨에 따라 고객에게는 결국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러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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