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인텔이 PC 주기판(메인보드) 사업을 철수한다. PC 시장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전략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는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각) 인텔 댄 스나이더 홍보 매니저는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하스웰을 출시하면서 데스크톱 메인보드 사업부를 분리하고 3년 후에는 공식적으로 종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의 데스크톱 메인보드 사업 철수는 PC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텔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발표한 2012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 줄어든 135억 달러, 순이익은 27% 떨어진 25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PC 시장의 부진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4분기 동안 PC사업 부문이 85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보다 6% 줄어든 수치다.
인텔이 메인보드 사업을 시작한 것은 ‘펜티엄’ 시절부터다. CPU 성능이 급격히 높아지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메인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메인보드 칩셋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CPU가 있어도 메인보드 칩셋이 있어야 메인보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CPU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인텔은 메인보드 칩셋을 빨리 공급할수록 유리하다. 여기에 메인보드 설계 표준(레퍼런스)을 만들어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MSI 등에 제공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직접 메인보드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새로운 CPU가 시장에 나오기 전 메인보드 칩셋과 메인보드를 먼저 선보여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데스크톱 PC를 조립하는 사용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노트북과 태블릿이 더 많이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굳이 인텔이 메인보드를 만들지 않더라도 다양한 부가기능으로 무장한 메인보드 제조사가 많다.
또한 인텔은 메인보드 칩셋의 기능을 CPU에 시스템온칩(SoC)할 계획이므로 굳이 메인보드 사업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이미 메인보드 칩셋이 수행하던 메모리 컨트롤러, 내장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 등의 기능이 CPU에 통합됐다.
댄 스나이더 매니저는 “데스크톱 메인보드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보증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데스크톱 메인보드 철수 내용은 이미 각 대리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코리아가 이미 데스크톱 메인보드 철수와 관련한 내용을 설명했으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전달했다”며 “당장 메인보드 사업에 끼치는 영향과 함께 새로운 PC 플랫폼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은 ‘NUC(Next Unit of Computing)’라 부르는 미니 PC 플랫폼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CPU와 메인보드, 전원공급장치, 케이스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메모리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따로 구입해야 하는 일종의 반조립(베어본) 형태의 PC다.
전 세계 PC 시장이 11년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고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로 인해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NUC는 사용자가 원하는 ‘포스트 PC’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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