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 이미지 독점 상실·사회적 책임 회피·새 SCM 구축 지지부진 등 요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은 위기인가. 승승장구하던 주가는 한 풀 꺾였다. 시장은 애플을 위기로 보고 있다. 애플 위기에 대한 분석은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창업주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에 대한 우려의 반영이다. 새 경영진 아래 나온 신제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데일리>는 애플의 현재 문제와 극복 가능성을 3회에 걸쳐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애플에 대한 우려는 ‘포스트 스티브 잡스 시대’에 대한 불안에서 파생했다.
그동안 애플은 ‘애플=스티브 잡스=혁신’을 브랜드 가치에 녹여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해왔다. 작년 애플과 혁신을 이어주는 고리였던 스티브 잡스가 죽은 뒤 애플은 ‘애플=혁신’이라는 공식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애플이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답습한 것은 아니다. 올라간 기대치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이를 방어해 줄 잡스도 없다.
혁신을 위협하는 세력은 삼성전자와 구글이다. 애플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특허를 꺼냈다. 자체 연구개발(R&D)를 강화하는 것보다 경쟁사 발목을 잡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기술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이는 오히려 경쟁사 지명도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됐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제조사,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결속과 확대라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 1년여에 걸친 소송을 통해 애플은 아직 실제적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
혁신 이미지 독점이 깨지자 도덕성이라는 시한폭탄이 터졌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는 업계의 애플에 대한 불만을 높였다. 애플이 ▲부품사 및 생산사에 과도한 단가 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는 점 ▲조세 회피 지역을 이용한 절세전략 ▲특허권을 남용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 등이 공격 대상이 됐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앱스토어’를 통해 상생 생태계의 긍정적 아이콘이 됐지만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자사의 수익성만 따지는 부정적 아이콘이 됐다. 이런 애플의 사회적 책임 방기는 소비자 접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 하락과 연관성이 있다. 향후 신규 고객 유입에 장애로 작용할 위험성도 있다.
혁신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졌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은 경영전략이다. 특히 공급망(SCM) 관리가 중요하다. 전 세계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공급 전략을 짜는 것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에게는 필수적 요소다. 애플 역시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 관련 분야 전문가인 팀 쿡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 ‘아이폰5’ 공급 부족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애플은 커진 회사 규모에 맞는 SCM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은 결국 팔려야 기업에 이익이 된다. 팔고 싶고 사고 싶은데 물건이 없다. 대체재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대체재가 있으면 소비자를 잃고 만다.
팀 쿡 체제 강화가 유능한 사내 인재를 잃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도 경영에는 악영향이다. 인재가 없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최근 생존경쟁 중인 대부분의 제조사는 경영진 교체를 검토 중이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탈한 인재가 경쟁사로 가면 그것은 그것대로 위험요소다.
한편 애플에 대한 우려의 수위는 과도하기도 과도하지 않기도 하다. 성장 둔화 속도와 정보통신기술(ICT) 특성을 고려할 때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회생 불가가 될 수 있기에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선제 대응이 업계 판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애플이 증명한 명제기도 하다. 애플이 당장 실적이 악화될 확률은 매우 낮다. 애플은 여전히 매출과 수익성면에서 업계 선두다. 현 시점에서 위협이 되는 경쟁사도 삼성전자와 구글 외에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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