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IBM이 싱가포르에서 최근 가동에 들어간 IBM 클라이언트 센터 내부. IBM 관계자가 교통, 재해및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시스템 운영 사례를 9일 현장을 방문한 참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짜내느라 몸부림 치지만 ‘강한 기업’들은 그 와중에도 성장을 거듭한다.
애플과의 특허전쟁으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59% 상승한 8조1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IT업계 관계자들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가진 기업’을 꼽으라면 대부분 IBM을 떠올린다. 지난 1990년대 초 파산 일보 직전까지 갔었던 IBM과, 그 이후의 자기 혁신을 통해 변신한 IBM은 실제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IBM은 최근 발표된 올해 2분기(4월~6월)실적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3% 감소한 25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6% 늘어난 3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졌을 때 글로벌 IT기업들이 다 망할 것 같았지만 어느새 시장은 다시 강자의 틀속으로 들어왔다. 물론 IBM은 여전히 공룡의 몸집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배가 고프더라도 자기살을 뜯어먹지는 않는다.
◆쉽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성장시장’ 전략
IBM이 경기불황을 극복하고 견실하게 성장하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IBM 스스로가 밝힌 것중 주목할만 것이 바로 ‘성장시장’ (Growth Market) 전략이다.
이와관련 IBM은 성장시장 국가에 있는 미디어와 애널리스트를 대거 초청해‘인터커넥트(InterConnect) 2012’로 명명된 글로벌 컨퍼런스를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고, 처음으로‘성장시장’에 특화된 전략을 소개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번 행사에서도 IBM의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등 IT시장의 핵심 화두들이 이번 행사에서도 소개될 예정이지만 '성장시장’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전혀 새로운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성장시장’은 ‘이머징 마켓(신흥신장)’과 유사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단순히 제품위주의 마케팅 관점에서 탈피해 개별 국가 단위별 맞춤형 '스마트'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장 잠재력과 파괴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인 IT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이 있는 국가들이 IBM이 설정한 '성장시장'군에 포함된다.
실제로 IBM은 중국, 브라질, 싱가포르, 멕시코, 인도, 케냐 등 주요 성장시장 전략에 포함된 나라들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IBM은 내부적으로는 최근 몇 년간 이 부분에서 괄목할만한 질적 성장이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5년까지 전체 매출의 30%는 '성장시장'에서 나올 것”
앞서 IBM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유럽, 아시아/태평양, 남미, 아프리카 등 각 ‘지역별’로 구분해왔던 글로벌 시장의 개념을 없앴다. 지역적으로 시장을 구분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시대에 맞지않는 조직 구성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성장시장’이란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고, GMU(Growth Market Unit)으로 명명된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다.
IBM의 GMU에선 각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활발하게 제시하고 있고, 실제로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IBM은 이같은 성장시장 전략에 힘입어 글로벌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M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성장시장’에서의 매출 성장률이 전년대비 11%를 차지했으며, 특히 40개 국가에서는 2배 이상의 고성장을 보였다.
또한 IBM은 성장시장의 매출 중 거의 60%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에서 나왔다고 밝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탄탄한 ‘성장시장’에서의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는 2015년까지 IBM은 전체 매출중 ‘성장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30% (2011년 22%)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IBM의 기준에는 한국을 포함 무려 147개 국가가 이 성장시장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아세안(ASEAN)국가들과 호주/뉴질랜드(ANZ), 중부와 동부유럽(CEE), 중국, 인도 및 서남아시아(ISA), 라틴아메리카,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 등이다. 반면 미국, 일본 등은 IT투자가 이미 많이 진행된 ‘성숙시장’군으로 분류된다.
‘상황에 따라 각 국가별로 시장 전략을 차별화시키는 것’, 사실 이것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봤을때도 거의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 글로벌 IT기업들이 이같은 차별화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무엇보다 국가별 IT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IT서비스 인프라가 세계 곳곳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낼 수 없는 노하우, 무형의 자산이기도 하다. IBM은 현재 전세계 100여개국 이상에 데이터센터 및 IT서비스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한편 ‘성장시장’전략에서 IBM이 제시하는 비전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스마트 시티(Samter City)’전략이 대표적이다. 교통, 재난 및 재해, 치안, 화재, 의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을 기존보다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IBM이 수년전부터 강조해왔던 ‘스마터 플래닛’(똑똑한 지구)전략에 포함된다.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 성장의 비결
IBM은 글로벌 경기가 크게 침체된 지난 몇 년 동안 시장 잠재력이 큰 전세계 20여개의 국가를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등 공격적인 투자를 실행해 옮겼다.
성장시장에서의 투자 사례를 보면, IBM은 5000만 달러를 투입해 올해 싱가포르에 클라이언트 센터(Client Center)를 오픈했다. 이 센터에서는 고객들이 IBM의 거의 최신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업별 솔루션 적용사례, 최적화된 저전력 기반의 데이터센터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IBM은 이와 유사한 기능을 위해 최근 중미 멕시코의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Guadalajara)시에 ‘스마터 데이터 센터’를 오픈했다.
또 다른 중남미 국가 코스타리카에서는 IBM은 기존 운영하고 있는 아웃소싱 서비스를 지원하는 ‘딜리버리 센터’에 향후 10년간 3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IBM이 코스타리카내에서 확실한 IT서비스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오는 2014년까지 딜리버리 센터의 고용 인원도 100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IBM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자원 산업 솔루션 연구소(NRIS)’로 명명된 전용 랩을 열고 광산, 석유 및 천연가스 회사들에게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하기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성장시장’ 전략에는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Nairobi)에서는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IBM은 ‘리서치 랩’을 개설하고 케냐의 ICT(정보통신기술)분야를 발전시키기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인프라 투자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 다양하다.
결국 IBM은 이처럼 자신들이 기존에 투자한 글로벌 IT서비스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장시장’ 전략 모델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외시장 진출에 여전히 소극적인 국내 IT기업들에게 IBM의 글로벌 시장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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