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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없는 위성방송 DCS 논란, 무엇을 남겼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접시없는 위성방송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논란이 일단락됐다.

신규가입자모집 금지, 기존 가입자 보호방안 등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를 KT스카이라이프가 수용했고, 방통위 역시 시장·실태조사, 융합서비스 연구반 운영 등 KT스카이라이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행정소송이라는 극단적인 사태까지는 가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정책 측면에서 아쉬움이 여실히 드러났고, 규제기관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이득을 취하기 위한 사업자의 전략 역시 아쉬움을 남게 했다.

◆우왕좌왕 방통위, 사태 키웠다=DCS는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신호를 KT 국사에서 받아 IP신호로 가정까지 송출하는 서비스다. 때문에 기존 위성방송 접시 안테나를 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IP로 송출된다는 점에서 위성방송 역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방송법, 전파법, IPTV법을 위반했다는 케이블TV 업계의 주장은 갈수록 심화됐다.

방통위는 최종적으로 DCS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정부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시험서비스, 상용서비스를 한 KT스카이라이프를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 입장은 달랐다. 그런 서비스를 하면서 방통위에 문의조차 안했겠느냐는 것이다. 초기 방통위로부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듣기도 했다는 것이 KT스카이라이프의 주장이었다.

어느 쪽이 진실을 얘기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 부분에서 방통위가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DCS가 시범서비스에 들어갔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많이 보도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우왕좌왕했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자 각 과의 의견을 취합해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오히려 사태를 미우는 결과만 초래했다. 이미 7월 중순경 실질적으로 DCS가 위법인 것으로 내부 판단이 끝났음에도 불구, 발표는 한 달이 훌쩍 넘어서야 이뤄졌다.



닭모가지 비튼 KT스카이라이프, 결과 알면서 이익만 챙겨=방통위가 지난달 29일 DCS에 대해 최종 위법판단을 내리자 KT스카이라이프는 바로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통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DCS의 경우 법 해석에 논란의 소지가 많지만 현행법을 준용할 경우 KT스카이라이프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행정소송 등을 거론하며 굽히지 않았다. 정부가 기존 가입자에 대해 서비스 전환, 해지 등을 권고했음에도 불구, KT스카이라이프의 DCS 방식의 신규가입자 모집은 더욱 강하게 추진됐다.

상황이 어찌될지 모를 일이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가입자 모집은 KT스카이라이프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결국, 방통위가 영업정지 등 강경대응을 시사하자 KT스카이라이프는 한발 물러섰다. 대표가 상임위원들에게 전화해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을 약속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공식 브리핑에도 불구, KT스카이라이프의 신규가입자 모집 중단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방통위가 융합서비스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해야 신규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미 방통위가 다음주중 전담반 구성을 약속했음에도 불구, 그 때까지는 신규가입자를 모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즉, KT스카이라이프는 신규가입자 모집은 중단하더라도 기존 가입자는 최대한 많이 모아, 향후 그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KT의 IPTV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 역할 한계 또다시=논란이 되자 다시 KT스카이라이프는 말을 바꾸었다. 가입자 모집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방향을 선회했다. 마지막까지 방통위와의 힘겨루기가 진행됐지만 더 이상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러모로 잡음이 많았던 사건이지만 가장 책임을 통감해야 할 곳은 방통위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수행하겠다며 나선 방통위였지만 기초적인 융합, 조합에 대한 서비스에 준비는 물론, 적시에 판단조차 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IPTV를 출범시킨 것 이외에는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해 뭘 하나 한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IPTV 조차 이제는 특별법이 아닌 통합 방송법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임에도 불구, 여전히 법제도 개선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방통위를 어떻게 믿느냐"는 말을 단순한 불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연말 대선과 함께 현재 방통위를 포함한 ICT 정부조직개편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체제가 내년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은 적은 것이 현실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지상파재송신제도 개선, 클리어쾀 도입 등 연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과연 방통위가 존재하는 동안 해결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영(令)이 서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겠지만 지난 4년 6개여월간 업계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은 바로 방통위다.

혹자는 지난 방통위의 행보를 '정치과잉', '중구난방', '용두사미'라고 평가하고 있다. 방통위는 남은 기간에 이 같은 평가를 최대한 희석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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