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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의 미래…GPU vs 코프로세서 대결로 이어질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슈퍼컴퓨터 등으로 대변되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을 둘러싸고 내년부터 GPU와 코프로세서(보조처리기)의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에서 엔비디아와 인텔 등은 관련 신제품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본격 대결을 예고하고 나섰다.

◆GPU 탑재 슈퍼컴 대세로…문제는 프로그래밍 개발 도구 및 인력 부족=최근 슈퍼컴퓨팅 트렌드를 살펴보면, 시스템 성능 향상을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에 그래픽 프로세서(GPU)를 탑재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상위 500대 슈퍼컴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중 55개 시스템에 엔비디아와 AMD 등의 GPU 제품이 탑재됐다. 지난해 39개 시스템에 적용됐던 것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GPU 기반 HPC는 병렬 워크로드 지원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IT 부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렬 GPU 코드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속기와 관련된 독점 프로그래밍 모델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쿠다’라는 범용 GPU(GPGPU) 기술을 통해 개발자들이 자사의 최신 GPU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AMD는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서 개최된 제2회 퓨전 개발자 회의에서 HSA(이기종 시스템 아키텍쳐) 협회 설립을 공표한 바 있다. 이기종 컴퓨팅 환경에서 동일한 프로그래밍 도구와 언어를 지원해 이를 업계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AMD는 현재 개방형 표준은 오픈CL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CPU와 GPU를 동시에 탑재된 이기종 컴퓨팅 플랫폼 환경은 여전히 별도의 프로그래밍 모델과 기술, 개발 도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의 반격, MIC 아키텍처 내세운 제온 Phi 연내 출시=기존 CPU와 동일한 프로그이같은 약점을 파고 들어 인텔이 제시한 것이 바로 다중내장코어(MIC) 아키텍처 기반의 코-프로세서(보조처리기)다.

인텔은 지난 2010년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해 MIC(Many Integrated Core) 아키텍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자사의 제온 프로세서(x86용)에서 동일한 프로그래밍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칩 하나에 50개 이상의 코어를 탑재할 수 있다.

이번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에서 인텔은 연내에 MIC 아키텍처 기반의 첫 상용 제품인 ‘제온 Phi’를 출시한다고 공식 밝혔다. 이미 이번에 발표된 상위 500대 슈퍼컴 시스템에도 사용됐다. PCI익스프레스 카드 형태로 탑재할 수 있으며, 인텔 아키텍처에서 제공하는 친숙한 프로그래밍 모델과 기술, 개발 도구를 모두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호스트 운영체제(OS)와 상관없이 자체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를 실행하며, 이러한 기능 덕분에 클러스터 솔루션을 구현할 때에도 GPU 기반 기술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한 분자 동력학 애플리케이션 데모를 선보인 바 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MIC 아키텍처를 통해 현재보다 100배 이상의 성능을 구현하는 엑사스케일 컴퓨팅 구현을 앞당기도 있다”며 “성능은 100배 높아지는 반면, 현재보다 2배의 전력만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HPC 시장을 겨냥한 1세대 Phi 제품 이외에도 향후 기업용 데이터센터와 워크스테이션 등으로 타깃 대상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GPGPU 등 이기종시스템 개발 생태계 확산 움직임=물론 GPU 진영도 이를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다. 엔비디아 측은 “슈퍼컴퓨터의 중심은 GPU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 투입비용과 전력효율을 고려했을 때 CPU보다 GPU를 추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개최돤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인텔의 MIC 아키텍처에 대해 “이는 인텔이 중도 포기한 그래픽 칩인 라라비에서 발전된 개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텔이 발전하는 만큼 엔비디아도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엔비디아는 자사의 독자 병렬처리 기술인 쿠다(CUDA) 플랫폼을 개방한다고 밝힌 바 있다. GPU를 활용한 범용컴퓨팅(GPGPU) 개발 생태계를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GPU를 활용한 범용컴퓨팅 프로그래밍 언어로 자사 독점 기술인 쿠다를 내세웠지만, 쿠다 기반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는 지포스, 쿼드로, 테슬라 등 자사 GPU에서만 동작한다는 점에서 업계 표준인 오픈CL 대비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처럼 엔비디아도 개방성을 내세우면서 향후 AMD GPU를 비롯 인텔 등 x86 아키텍처의 CPU와도 호환성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한 슈퍼컴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양 진영의 대결 구도에 대해 “만약 인텔이 이번에 출시한 Phi 제품을 통해 약속한 성능을 낸다면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GPGPU기반 슈퍼컴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GPU를 탑재한 이기종컴퓨팅 역시 프로그래밍 모델과 기술 등의 단점을 꾸준히 보완해 나간다면 결과는 예상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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