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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복되는 슈퍼컴 순위 하락과 의미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매년 6월과 11월, 2차례 독일과 미국에서 개최되는 ‘슈퍼컴퓨팅 컨퍼런스(ISC)’에서는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리스트가 발표된다. 이때 기자가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이 1위에 랭크된 시스템과 함께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의 순위다.

현재 500위권에 포진해 있는 국내 슈퍼컴퓨터는 3대에 불과하다. 2년 전 기상청이 구축한 슈퍼컴 3호기(해담, 해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 4호기다.

이들의 순위는 지난해만 해도 20위권에 포진해 있었지만, 점차 순위에서 밀려나더니 이제는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바꾸어 말하면, 지난 7개월 동안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슈퍼컴퓨터를 계속해서 도입하거나 증설했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단지 이를 유지하는 데에 그쳤다는 얘기다.

물론 순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는 단순히 계산을 빠르게 해주는 기계가 아닌, 국력과 연관돼 있다는 측면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척도다.

슈퍼컴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나 휴대폰 개발부터 석유탐사, 암호해독, 기후예측, 경기 변동 예측, 금융 상품 설계까지 엄청난 고부가가치 상품과 기술, 핵심 부품 소재를 만드는 데에 주로 이용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핵무기 개발 등 국력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문에도 이용이 되고 있다.

실제 이번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선정된 미국 에너지부 산하 핵안보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세쿼이어’는 노후화된 핵무기의 수명 연장에 필요한 모의실험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중요도 때문에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슈퍼컴퓨터 기반 마련 및 육성을 위해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슈퍼컴퓨터 육성법)’이 발효된 바 있다.

슈퍼컴과 같은 고성능컴퓨팅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기획, 관리,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 국가안보, 과학기술 혁신 등을 위한 첨단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초고성능 컴퓨팅센터 설립과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한편, 계획 수립을 담당할 국가슈퍼컴퓨팅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법률 발효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눈에 띠는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물밑에선 이를 위한 다양한 계획 및 방안을 수립 중이겠지만 더딘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함께 보다 신속한 작업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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