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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태블릿PC 직접 제조에 나섰다. MS가 올 가을 출시할 새 운영체제(OS) ‘윈도8’과 ‘윈도RT’를 탑재한 제품이다. MS의 단말기 사업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조사들은 담담한 반응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MS가 제2의 애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하드웨어 제조 능력보다는 소프트웨어(SW) 강점이 컸다. PC용 OS로 쌓은 능력을 모바일로 펼쳤다. PC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같은 OS와 생태계를 바탕으로 단말기 영토를 넓혔다.
애플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MS는 위기를 맞았다. ‘윈도 모바일’이라는 모바일 OS는 폐기됐다. ‘윈도폰’이라는 새 옷을 입었다. 윈도폰도 별다른 힘을 발휘치 못했다. MS는 PC용 OS와 모바일 OS를 통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첫 작품이 윈도8이다.
MS는 OS를 제조사에게 돈을 받고 판매한다. 제조사가 변형하는 것은 허용치 않는다. 대신 MS는 OS를 공급하는 분야 단말기 사업을 하지 않았다. 2010년 ‘킨’이라는 휴대폰 사업을 하기는 했지만 MS의 OS를 넣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특화된 일반폰이었다. MP3플레이어 ‘준’ 역시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구동하는 모바일 단말기보다는 일반 MP3플레이어에 가까웠다. 게임기 ‘X박스’는 OS고객사와 충돌치 않는 분야다. MS는 PC나 스마트폰, 태블릿은 만들지 않았다.
최근 안드로이드 OS의 힘이 커지며 제조사들은 윈도를 다시 떠올렸다.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애플 ‘아이패드’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태블릿은 윈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MS의 태블릿 사업은 이런 기대가 제조사에게는 한 순간에 독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제조사가 윈도 태블릿으로 애플에게 주도권을 빼앗아도 MS가 이 과실을 가져갈 수 있다.
제조사로서는 MS에 줘야하는 OS 비용만으로도 원가경쟁력에서 뒤쳐진다. OS와 함께 단말기를 개발하는 MS에 비해 시장 대응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태블릿 시장에서 MS의 지배력을 확대시켜 주기만하고 소득은 크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PC시장처럼 말이다.
일단 윈도 태블릿은 기존 휴대폰 제조사보다는 PC 제조사가 유리할 확률이 높아졌다. PC 제조사는 박리다매와 통신사를 통하지 않는 유통망에 강점을 갖고 있다. 다만 기존 PC사업 타격은 불가피하다. 모든 제조사가 윈도 태블릿에 올인 할 확률은 낮아졌다. 당장 애플에 맞서기는 매력적이지만 더 큰 적수를 만들 수 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야한다.
MS는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직접적 통제도 확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제조사와 특허 협상이 그것이다. 안드로이드폰 시장이 늘어날수록 MS의 로열티 수익도 커진다. 노키아 등이 하고 있는 윈도폰이 커지고 나면 이후 직접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바일 기기를 둘러싼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제조사가 자체 OS를 확보하고 이를 키워야한다는 명제는 더욱 확실해졌다. 그 시장이 돈이 된다면 OS 개발사가 언제든 단말기 사업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MS가 입증했다. 구글도 언제 다른 태도를 보일지 모른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적의 적은 내편이지만 영원한 친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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