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정부가 'SW 산업진흥법 개정'방침을 통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기업의 공공 IT시장 신규 참여를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시선이 한국IBM, 한국HP, 한국후지쯔를 비롯한 외국계 SI(시스템통합) 업체들에게 쏠리고 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제한을 받는 만큼 이들이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외국계 IT업체들은 표정은 썩 밝지 않아 보인다.
일단, 정말로 반사이익을 확실하게 기대할 만큼 국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들의 진입이 효과적으로 봉쇄될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보다 한결 경쟁의 강도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외국계 업체들이 공공 IT시장에서 새롭게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은 사실상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국내 SI시장, 특히 공공및 금융시장은 대형 IT서비스 3사를 비롯해 국내 업체들간의 경쟁 구도로 굳어졌다.
반면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외국계 업체들은 SI영역이 아닌 컨설팅 영역, 또는 주사업자의 역할보다는 솔루션 공급자의 역할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차세대시스템을 비롯해 지난 수년간 대형 IT사업이 발주됐었던 금융 IT시장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노골화됐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현재 국내 IT서비스업계 관심은 외국계 업체중에서도 특히 한국IBM의 행보에 쏠려있다. 주변부에 머물렀던 한국IBM이 과연 이 틈을 비집고 다시 예전처럼 SI사업에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한국IBM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엇비슷한 1조3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10년전 매출 수준이다.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이 차세대시스템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지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IBM은 SI사업 부문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이후 이를 대신해 매출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만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 공공시장 참여 제한 발표 이후, 한국IBM 안팎의 분위기는 예상밖으로 조심스럽다. 오히려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 시장에서 실적이 좋지않았다. 국내 SI업체들에게 가격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쟁상대만 이름없는 중소 IT업체로 바뀔 뿐 결과적으로 달라질게 없다는 것이다.
◆공공IT 시장환경 개선...그러나 웃을 수 없는 이유 = 한발 더 나아가, 한국IBM의 입장에선 이번 정부의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의 공공사업 참여 제한이 오히려 더욱 한국IBM을 곤혹스럽게 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동안 한국 공공및 금융IT 시장에선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치열한 경쟁구도 때문에 한국IBM의 열세를 사실상 '합리화'시키는 근거가 됐는데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그 근거마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IBM의 속타는 고민이 여기에 숨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IBM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번 정부의 조치로 인해 공공시장 여건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적 개선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사실 이전부터 IBM 본사에서는 한국IBM의 SI사업를 비롯한 서비스부문 실적 부진을 '문제 요소'로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IBM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매출은 시장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오라클과 같이 강력한 라이선스 정책을 통해 단계적으로 궤도에 올려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SI부문 여전히 본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국계 IT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SI실적 부진이) 한국IBM측에서는 한국의 과도한 시장경쟁 상황때문에 이라고 얘기했겠지만 IBM 본사의 논리로선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IBM으로서는 이번 정부발표로 인해 객관적으로 좋아진 공공 시장 환경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IBM이 반사이익?... "순진한 발상, 시장 신뢰회복이 우선" 비판도 =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IBM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IBM은 이미 공공, 금융 SI시장에서 국내 IT서비스업체의 대안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가 추락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단순히 가격경쟁의 열세로 인해 그동안 공공, 금융 IT시장에서 부진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 상실이라는 보다 더 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IBM이 당장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아무래도 한국IBM이 지난 몇년간 국내 SI시장에서 보였던 '결정적인 실책'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한국IBM은 지난 2009년 당시 KTF(현재 KT로 합병)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실패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한국IBM이 KTF에 50억원을 배상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금융권의 경우, 한국IBM은 지난 2009년말, 200억원 규모로 1년6개월 넘게 진행해왔던 국민은행의 자본시장시스템(CMBS)프로젝트를 완결시키지 못했고, 또 올해는 비씨(BC)카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실패했는데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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