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수근, 이하 게임위)가 3일 본사에서 개최한 모의등급분류 회의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 자리는 게임위의 주요 업무를 체험해보고 등급분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게임물의 등급분류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먼저 게임위 등급분류 전문위원실에서 담당자(정)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검토를 하게 됩니다. 담당자(정)을 거친 게임물은 담당자(부)가 재검토를 합니다. 두 명의 담당자가 의견이 일치할 경우 등급분류 회의에 올라가게 되죠. 의견이 어긋날 경우는 주 2회 개최하는 전문위원 전체회의를 거치게 됩니다.
등급분류 결정 이후 30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재분류자문회의가 열립니다. 공정성을 위해 외부인사로 위원이 구성됩니다. 여기에는 이의를 제기한 업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청문회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된다고 하네요.
이러한 절차 가운에 등급분류 회의에 총 7명의 기자가 모여 4종의 게임물을 모의 분류하게 됐습니다. 회의는 해당 게임에 대한 게임위 전문위원의 설명을 듣고 참석자들이 논의를 거쳐 표결에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A게임은 실제 게임위에서 등급 거부가 된 게임입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기자들도 등급분류를 거부했습니다. 어떤 게임일까요.
이 게임은 여성을 납치해 교육을 시킨 뒤 출품회(?)에 내보낸다는 황당한 설정의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특정 종교복을 입힌 상태에서 성적인 행위를 하거나 알몸인 여성을 학대하는 등 보기 거북한 장면들이 게임의 주된 요소로 나오더군요. 글에 담기 민망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결국 참석인원 과반수 이상이 등급거부를 선택했습니다. 이 게임보다 선정성이 강한 게임도 등급거부가 아닌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경우는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속 황당한 세계관 설정만큼은 게임위나 기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B게임은 총싸움(FPS) 장르였습니다. 이 게임은 겉보기에는 기존 온라인게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피격 때 선혈 등의 사실적 표현으로 6명이 청소년 이용불가에 손을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실제 게임위 등급분류에서 PVE(컴퓨터와 대결) 모드에서 사행화 개·변조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PVE 모드에서 이용자 조작 없이 우연적으로 몬스터를 잡을 수 있거나 방어막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등의 개·변조 우려가 있었던 것이죠. 이 게임은 실제로 환전 등 불법영업에 악용돼 등급분류 결정이 취소된 이력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사행화를 위한 개·변조 가능성이 전문위원의 눈에 보여도 등급을 거부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게임위가 고민이 깊어지는데요.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C게임은 대전액션 장르였는데요. 톱으로 사람을 반으로 자르거나 사람의 목을 뽑아 뜯어먹는 등 잔인한 묘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항상 잔인한 장면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조건을 갖췄을 때 이러한 잔인한 묘사가 발동이 되는데요.
하지만 타 격투게임과 달리 최대 4인의 이용자 간 대결모드가 있어 논란이 예상했습니다. 좀비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잔혹행위를 감행하는 것이 등급분류에 참조가 됐습니다. 기자단은 4명이 청소년 이용불가, 3명이 등급거부에 손을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미국에서 17세 이용가, 일본에서 성인전용 Z등급, 호주와 독일은 등급이 거부됐습니다. 게임위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함과 동시에 폭력 표현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 등급거부로 표결한 바 있네요.
D게임은 영화를 게임화한 퍼즐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특이사항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폭력성, 선정성이 있는 장면이 없고 시나리오 자체도 결격사유가 없었습니다. 굳이 꼽자면 음산한 분위기로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부분이 있었네요.
이 때문에 12세, 15세 이용가 표결이 각각 3표씩 나와 재투표에 들어갔습니다. 2번의 재투표를 거쳐 어렵사리 15세 이용가로 등급분류가 됐습니다. 게임위도 이 문제로 4번의 재투표를 거쳐 12세 이용가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기자가 느끼기에 청소년 이용불가와 등급거부 사이의 경계선은 상당히 모호했습니다. 12세와 15세 이용가 분류는 더더욱 어렵더군요. 이 부분은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게임위도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게임위가 고심 끝에 등급분류를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의 반발이 있어 왔습니다. 등급분류 결과를 놓고 게시판에 불만글이 폭주하기도 하더군요.
등급분류 이전 날것 그대로의 게임을 보니 당혹감과 놀라움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기자가 그동안 등급분류를 거친 안전한(?) 게임에 익숙해져서 그럴까요. 등급분류라는 사회적 안전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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