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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아이리버 커버스토리로 본 e잉크 전자책의 과제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지난 주 여름 휴가차 동남아의 휴양지를 방문했었다. 책을 한 두어권 살까 해서 서점에 가려했더니 마침 아이리버가 새로운 전자책 커버스토리를 내놨다는 소식이 들렸다. 잘 됐다 싶어 이 제품을 대여해 일주일간 휴양지에서 써봤다.

떠나기 전 아이리버의 전자책 콘텐츠 유통 자회사 북투에 접속해 보고 싶은 책 두 권을 다운로드 받았다. 콘텐츠가 상당히 부족했다. 읽고 싶은 신간은 없었다. 늘 지적되어 왔던 문제점이다. 그나마 국내에 전자책 단말기가 첫 출시됐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콘텐츠 양이 늘긴 했다. 이곳의 최신 서적은 작년 초에 나왔던 것이었다.

두꺼운 책 대신 작고 가벼운 전자책 아이리버 커버스토리를 백팩에 챙겨 넣었다. 커버스토리의 화면 크기는 6인치형. 종전 제품인 스토리와 비교하면 키패드를 빼고 세로 길이를 줄여 헐렁한 건빵 바지 주머니에도 넣고 다닐 수 있었다. 덕분에 공항 가는 버스에서, 비행기에서, 휴양지에서 어디서든 쉽게 책을 볼 수 있었다. 키패드가 없지만 터치를 지원해 쓰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전자책 하드웨어 단말기 부문에선 e잉크 기술 기반의 제품과 5~9인치형의 태블릿이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전자가 내놓을 갤럭시 탭 등은 다양한 기능을 무기로 e잉크 기술 기반의 전자책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책 읽는 도구로만 보자면 커버스토리와 같은 e잉크 기술 기반 제품이 더 알맞다는 생각이다.

나는 휴양지에서 커버스토리의 배터리가 부족할까봐 떠나기 전 완전히 충전을 했다. 일주일 내내 이 제품으로 책을 보니 세 칸의 배터리 양 가운데 단 한 칸만이 깎였다. 배터리가 없어 혹 책을 읽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태블릿이라면 거추장스러운 충전 케이블을 가지고 가야 했을 것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밝은 대낮, 해변가 의자에 누워서도 화면의 글자가 또렷하게 보인다는 건 e잉크 기반 전자책의 큰 강점이다. LCD 기술이 좋아지긴 했어도 대낮에 이만한 시인성을 보여주긴 힘들다. 아마도 태블릿을 가져갔다면 빛 반사가 심해 제품을 이각도 저각도로 비틀어서 봐야 했을 것이고 최대 밝기로 화면 설정을 해야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터리가 바닥났을 것이다. 물론 e잉크 기반 제품은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주변 빛이 없다면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장시간 제품을 한 손으로 들고 봐도 손목이 아프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9인치형의 애플 아이패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한 손으로 들고 장시간 텍스트를 보려면 손목 저림을 각오해야 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화면이 깜빡거리고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마이크로캡슐 형태의 전자잉크 알갱이가 화면에 달라붙고 떨어지는 재배열 과정에서 생기는 e잉크 디스플레이의 한계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낳는 기술 기반이 낮은 전력소모량과 높은 시인성을 담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단점이라고 치부하긴 힘들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태블릿과 e잉크 기반의 전자책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여전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태블릿이 더 끌린다.

2GB 용량에 무선랜 기능을 탑재한 커버스토리의 가격은 20만원대 후반. 콘텐츠 수급 문제를 논외로 친다면 나는 이 제품이 10만원대 중반 정도의 가격일 경우 태블릿과 함께 책을 읽기 위한 용도로 추가 구매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e잉크 기반 전자책은 이런저런 부가 기능을 뺀 디버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태블릿과 경쟁하기 보다는 태블릿과 함께 구입하는 제품으로 포지셔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저렴해져야 한다.

커버스토리에는 MP3 재생 기능과 스피커 등이 포함됐지만 이는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다. 무선랜도 사실 크게 필요가 없다. 일주일 새 수십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벌레라면 모르지만. 반응속도가 이렇게 느린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인터넷 서핑도 무리다.

이런 것들을 모두 빼고 10만원대 중반의 라이트 버전을 내놨다면 어땠을까. 물론 타사 저가형 제품과의 차별성은 아이리버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아이리버 커버스토리를 구입하고 싶은 이유
40% 햇볕 아래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은 시인성

30% 낮은 전략소모량으로 인해 길게 지속되는 배터리 시간

30% 한 손으로 들고 봐도 무리 없는 가벼운 무게

▲아이리버 커버스토리를 구입하기 싫은 이유
60% 아직도 전자책 콘텐츠가 많이 부족하다(단말사 문제는 아니지만)

30% 아껴뒀다 태블릿을 구입하고 싶다

10% 독서에 취미 없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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