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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ATM 투자에 무관심한 은행

5000원 신권이 발행됐다. 기존 5000원권과 달리 이번에 선보인 5000원 신권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입금을 할 수 없다. 은행들이 홍보를 제대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큰 혼란은 없다. 그렇다고 고객의 불편이나 ATM 장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컨대 현금지급기에 '잼(Jam)'이 발생해 먹통이 되거나, 5000원 신권을 인식하지 못해 입금 처리가 안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신권을 인식하지 못해 입금처리가 안 되는 경우야 고객이 창구를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문제는 ATM이 잼 때문에 완전히 먹통이 되는 경우다. 이럴 때 은행은 ATM 제조업체들로부터 긴급 장애 대응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물론 그 시간 동안 ATM을 찾는 고객들은 창구를 이용하거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5000원 신권 발행과 관련해 은행권의 준비태세가 너무나 허술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갑작스레 신권 발행을 서두른 측면도 있지만, 은행권이 미리 ATM업체와 사전 협의만 충분히 했다면, 그리고 신권을 수용할 수 있는 ATM 도입을 서둘렀다면 이런 '잠재적 혼란'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5000원 신권을 수용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형 ATM 도입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ATM 업체들은 "지금 당장에라도 5000원 신권을 수용할 수 있는 ATM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당장 ATM 교체에 들어가는 돈이 아깝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ATM기 앞면에 ‘5000원권 신권입금 금지’라는 안내문만 붙여 놓고 있다. 고객편의는 생각하지 않는 무성의의 극치다. 국내 은행권은 지난 2년 동안 ATM사용에 따른 수수료 수입 등으로 수천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수수료 수입원의 하나인 ATM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을 한다고 수천억원씩 쏟아 붇는 은행들이 정작 고객과 가장 가깝게 만나는 ATM 교체 투자는 게을리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은행의 입장에선 ATM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이른바 '돈 안되는' 저수익형 고객일지 모른다. 그래서 ATM 서비스 개선에 무관심한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돈이 안 되는 고객이니 불편하더라도 참고 살아라" 하는 말일까? 하지만 은행들도 이제는 그동안 이른바 '돈 안 되는' 고객에게 보여온 '무관심의 관행'을 깨야 한다. 'VIP 고객'만 고객이 아니다. '고객 우선'이라고 한다면 조직 전체, 운영시스템 전체를 고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ATM이 단순한 기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형태의 창구 직원' 이다. ATM 투자를 단순한 '투자수익률'측면이 아닌 대고객 서비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올해는 은행이 말로만 내세우는 '고객 중심'이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가는 '고객중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기 기자>kd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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