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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SKT,신용카드 사업 진출 포기하나

은행권 반발 여론 의식...개연성 배제된 것 아닌 듯

SK텔레콤(www.sktelecom.com 대표 김신배)이 지난 9일 조회공시를 통해 신용카드 사업을 진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SK텔레콤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오던 은행권과 통신업계가 그 배경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은행권및 통신업계의 관심은 "과연 SK텔레콤이 신용카드시장 진출을 완전히 포기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일단 금융권은 이번 SK텔레콤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번 발표가 SK텔레콤이 앞으로 컨소시엄 형식으로 지분 및 공동 마케팅 사업까지 완전히 포기한다는 의미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판단. SK텔레콤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이번 공시는 규정상 향후 3개월까지만 공시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SK텔레콤의 연내 신용카드업 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SK텔레콤이 또 다시 내년 상반기중으로 신용카드 사업 및 금융업 진출의 가시적인 내용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KT, 신용카드 사업 포기 배경은 SK텔레콤이 공시를 통해 밝힌 것은“Financial Enabler 사업과 관련해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검토하여 왔지만 이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 현재 시점에서는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짤막한 내용이 전부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시 내용 중 ‘타당성’ 이라고 밝힌 부분과 ‘현재 시점’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SK텔레콤은 신용카드 사업 진출 타당성 검토를 해 왔다. SK텔레콤의 차세대 성장동력과 SK그룹 전체 시너지를 위해 금융 계열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공시에서 SK텔레콤이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조인트 벤처 카드사 설립 논의가 일단 난관에 봉착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난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향후 SK텔레콤의 행보를 보아야만 복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은행권은 SK텔레콤의 이번 조회공시 배경에 대해 ▲SK텔레콤의 전략 노출 ▲SK그룹과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과의 관계 ▲신한지주와의 협상 결렬 등 3-4가지 시나리오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T의 전략 고스란히 노출...시간벌기 앞서 SK텔레콤 김신배 대표는 지난 7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론보도 후 제의가 많아졌다. 단수가 아닌 복수의 은행과 협의중이다” 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도 연초 신용카드 사업 확대 문제를 놓고 SK텔레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고,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도 최태원 회장과 신용카드 사업 얘기를 심도있게 진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지방은행 등도 SK텔레콤과 이같은 논의를 진행한 바 있어 금융권 및 통신업계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의 전략이 상당부분 노출됐을 가능성이다. SK텔레콤은 은행과 공동으로 신용카드 사업을 한다고해도 은행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궁극적인 금융업 진출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접촉이 많다보니 이러한 SK텔레콤의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전업계 카드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시장은 다시 흑자기조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SK텔레콤이 카드사를 보유할 경우 이는 SK그룹 전체의 막대한 자금줄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만약 은행이 SK텔레콤보다 카드사 지분을 더 많이 갖는 구조가 된다면 이같은 SK그룹 전략 실현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부연하자면 SK텔레콤의 행보와 관련, 현재 시점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또다른 변수중 하나는 신용카드 시장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각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시장은 모든 카드사들이 올 회계년도에서 흑자기조로 돌아설 만큼 '제2의 중흥기'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시점상 SK텔레콤의 러브콜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은행들이 이런 시장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SK텔레콤으로서는 시장진입에 상당한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하나은행과 관계 복원 제스처(?) 지난 2003년, 당시 하나은행 김승유행장은 주거래은행으로서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사태를 측면에서 지원해줬던 우군이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측은 올 해 SK텔레콤이 신용카드 합작사설립과 관련해 신한지주측과 접촉설이 나오면서 적지않게 섭섭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하나은행측은 하나금융그룹이 지주사 체계를 구성하는 데 카드사업이 궁색해질 경우 LG카드 인수를 포기하고 SK텔레콤과 한배를 타겠다는 전략이었다. 물론 신한지주 역시 신한, 조흥 통합은행 시너지를 위해 현재의 신한카드로는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접촉한 것이 SK텔레콤이다.. 국내 굴지의 두 은행이 카드사업 강화를 절대가치로 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논의를 진행하던 하나은행을 제끼고 신한지주와 협상테이블을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것이 SK텔레콤으로서는 상당한 심적부담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통신사업자 신용카드 사업 진출 부당성’이라는 보고서까지 나올 정도의 반발이 이어졌다. 앞서 SK텔레콤이 2003년 전북은행과 카드사업 인수 문제를 놓고 협의할 당시와 똑같은 반발기조가 은행권에서 흘러 나온 것. 따라서 SK텔레콤은 당장 화급을 다투지 않는 문제를 놓고 굳이 은행권을 자극하면서 신용카드 사업진출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SK텔레콤은 이번 조회공시를 통해 일단 3개월여의 시간도 벌고 하나은행 지주사 설립 과정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先 관계복원, 後 카드사 진출’로 하나은행도 달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신한지주와 협상결렬설 신한지주 라응찬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의 회동은 지난 6월 중순께로 추정된다. 그동안 약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양측은 충분한 협상을 벌였으나 결과적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신한카드는 총주식 3056만주를 모두 신한지주사가 보유중이고, 미발행 주식이 약 6943만여주에 달한다. 조흥은행과 합병 이후를 대비한 통합 카드사 설립을 추진 중인 신한지주는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여 약 7000만주에 달하는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통합카드사 자본을 늘려갈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한지주사가 굳이 SK텔레콤과 불리한 조건으로 카드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두 회사 모두 ‘서로 급할 것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SK텔레콤은 이 시간동안 소원해진 하나은행과의 관계도 복원하고 지주사 설립도 지켜보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연초부터 논란을 거듭하던 SK텔레콤의 신용카드 사업 진출은 조회공시 의무 규정에 따라 올 해 추진은 어렵게 됐고, 은행권 역시 SK텔레콤 신용사업 진출을 방어한 선에서 일단 1라운드가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김동기 기자>kd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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