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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發 ‘1세대 명품 플랫폼’ 날씨 흐림…네·쿠 쏠림 현상 조짐도

최형록 발란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리는 기업회생신청 대표자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최형록 발란 대표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리는 기업회생신청 대표자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명품 플랫폼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국내 1위 명품 플랫폼 발란의 기업회생 절차가 결국 개시되고, 한때 머스트잇의 매각설까지 돌면서 1세대 명품 플랫폼의 위기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셀러(판매자)들은 티메프(티몬·위메프)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미정산 이슈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 이커머스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7일 명품 플랫폼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셀러들은 최형록 대표 및 임원들을 향한 집단 소송은 물론, 성장 지원 프로그램 등을 안내했던 전(前) MD까지 고소하고 있다.

이번 회생절차의 채권단은 73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인수합병(M&A)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발란의 이미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새로운 판매처도 알아보는 중이다.

과거 발란은 명품 플랫폼 대표 3사 중에서도 매출 및 시장 점유율 1위로 중심축 역할을 맡아왔다. 이른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큰 각광을 받으며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급증했었다. 그러나 경기 불황에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명품 카테고리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머트발에겐 뼈 아픈 대목이었다. 상품 단위가 클 뿐 아니라 마진율이 높아 거래액과 수익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기에, 이커머스 업계에선 제품 취급품목수(SKU)를 속속 늘리는 추세였다.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각 사 C.I]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각 사 C.I]

이러한 가운데 현재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각자 위치에서 발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두 곳은 공통적으로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가장 먼저 판매자를 대상으로 정산주기 단축에 나섰다. 셀러들의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머스트잇은 삼정KPMG를 주간사로 선정하고, 시리즈C 단계의 전략적 투자 유치 절차를 본격화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유의미한 지분 투자를 전제로 한 논의로, 장기적 성장 파트너십 구축을 핵심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머스트잇은 매출 249억8000만원, 순이익 5억6200만원을 기록했다. 업계 불황 속에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전반적인 소비 둔화와 명품 시장의 정체로 인해 성장 모멘텀이 일시적으로 조정된 측면이 있지만, 내부 효율화와 리스크 관리 중심의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트잇은 현재 조용민 대표가 73.7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는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폭넓은 협업 구조를 열어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매각설에 대해 머스트잇은 “회사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와 여유 자산을 기반으로 외부 인수 제안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트렌비는 지난해 말 기준 당좌자산이 약 8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중 파트너 정산 예정부채 35억원을 뺀 현금성 안전자산이 약 45억원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렌비는 올해 초 글로벌 플랫폼을 공식 오픈한 이후, 중고와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매월 가파른 판매액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3월 한 달에만 6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머트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셀러 움직임은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쏠림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네이버 경우 ‘빠른정산’ 서비스를 내세워 티메프 셀러 이탈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바 있다.

한 셀러는 “머트발보다 네이버의 판매 수수료가 적어 부담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주까지 가능한 고객들을 기준으로 반품을 받으면서, 고객 전환을 최대한 네이버로 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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