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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보안산업, '뒷전' 아닌 '앞전' 되려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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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2022년 5월 취임 이후, 약 2년 11개월 만의 일이다. 아직까지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을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내지 않았지만, 국내 산업계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걷고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분위기다.

국내 보안업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매출 실적이 공공사업과 내수 시장에서 나오는 이들 기업은 사업 집행이 미뤄진 데다 잠재 고객이 투자 보따리를 풀지 않으면서 '지난해도, 올해 1분기도 어려웠다'고 어려움을 토해내고 있다. 특히 매출 비중이 공공에 치우쳐 있는 기업의 경우, 정치적 악재와 겹쳐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지니언스 등 공공과 민간 매출 비중이 고른 기업을 향해 '부럽다'는 의견이 터져나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혹자는 국내 보안기업이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산업 육성을 약속했던 윤 정부 또한 보안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이 소폭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격차가 크고 기존 정책조차 안갯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초 국내 정보보호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이후 110대 국정과제로 사이버보안을 포함시키며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고, 정보보호의날 기념식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국산 보안 행사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화이트해커를 불러모아 "정보보호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임기 초에만 관심을 보였고, 이후 보안 산업 성장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조짐은 지난해 말에도 포착된 바 있다. 정보보호의날 행사는 장관급으로 치러졌고, 사이버보안 분야에 투입될 예산까지 삭감된 탓이다. 북한으로부터 매초 위협을 받는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라기에, 감수할 위험이 많아 보이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부 기조가 이러자, 잠재 고객이 활동하고 있는 민간 분야에서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제로트러스트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입이 빨라지고 있는 패러다임은, 여전히 국내에선 유행어처럼 떠돌고 있다. 국가망보안체계(N²SF) 또한 가이드라인 공개에 맞춰 국내 정보기술(IT)과 보안 시장을 뒤집어 놓을 것처럼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변화를 체감한다는 평가는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 보안 산업은 반짝 관심으로만 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 패러다임에 치중된 마케팅 만으로도 성장하기 어렵다. 내외부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정부 또한 국내 보안 시장과 대응 전략이 단단해질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보안 산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데, 실효성이 있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주류가 되지 않도록, 차기 정부에서는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정부 정책과 지원 사업을 톺아보면, '숲은 보되 나무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로트러스트 등 패러다임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예산을 투입해 지원 사업을 펼치기도 했지만 실제 업계가 체감하는 미시적 영역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공공 사업에서 많은 경쟁사와 겨뤄야 하는 보안 기업들은 저가 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고 기술보다는 맞춤형(커스터마이징) 서비스로 승부를 보는 굴레에 머물러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규모 인수·합병(M&A)보다는 지금의 안위를 유지하는 데 만족하는 업계 문화도 바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고질적인 업계 문화를 타파하고 글로벌 기업에 준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또한 시각을 달리할 필요성이 커졌다. 조기 대선 날짜가 6월3일로 정해지고 국내 업계가 새 정부를 맞이할 채비에 나선 만큼, 말뿐인 정책이 아닌 실제 업계 성장을 이끌어낼 카드가 나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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