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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터질게 터졌다” 위기의 발란, 정산 지연→기업회생 의혹까지

티메프 사태 오버랩 되는 발란 현 상황…재택 근무 시작·기업회생 자료 유출

[ⓒ발란]
[ⓒ발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명품 플랫폼 발란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 24일 지급 예정 정산금의 재검토가 마무리될 때까지 입점사(셀러, 판매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정산금이 보류될 것이라고 알린 지 2일 만에 기업회생 의혹까지 제기된 것. 이에 셀러들 사이에서는 제2의, 제3의 티메프 사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발란의 사무실 입구에 ‘전원 재택 공지’라는 팻말이 붙은 모습의 사진이 게재돼 발란 입점 셀러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하반기 티몬·위메프 역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혹이 보도된 날, 사내 카페 수리를 핑계로 전원 재택 근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불안감 고조 요인은 또 있다. 같은 날 ‘발란 기업 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의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최근에는 본사를 찾은 셀러들에게 기업 회생절차 준비 파일이 노출됐다는 의혹이다. 해당 게시글 주요 내용은 셀러들이 발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찍은 사진이다.

글쓴이는 “지난 25일 셀러들이 발란 미팅에 갔다가 컴퓨터에 있었다던 파일이라고 발란 피해자 카톡방에 돌고 있다”며 “이미 회생을 신청했고 변론 기간이 회생절차에 따른 변론 기일이 4월23일까지로 기재해둔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일부 언론 사이에서 발란의 정산 지연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당시 발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디지털데일리>에 “이번 실리콘투 투자를 계기로 기업 가치가 많이 떨어져 내부적으로 상심이 큰 상황”이라며 “이 참에 내부에서 다시 한 번 감사나 자산 평가 등을 꼼꼼히 점검해보자는 움직임에 정산 관련 시스템도 점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발란은 최근 실리콘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292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는 2023년 초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금액인 320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무적 검증 과정에서 정산금이 과하게 지급된 것들을 발견했고, 오래 전부터 누적돼 왔던 것이어서 손실금액이 그래도 좀 적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재정산 검증 작업 완료 후 늦어도 오는 28일까지 각 파트너사별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27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최근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하기 위해 대리인을 선임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를 마친 이후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안 셀러들은 ‘발란 피해자 단톡방’을 개설하며 발란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이날 발란 관계자는 관련 일들에 대해 “현재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각 사 C.I]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각 사 C.I]

발란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64억원 ▲2021년 186억원 ▲2022년 374억원 ▲2023년 1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발란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미처리결손금은 전년 대비 18.6%(662억원) 늘어난 785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의 미처리결손금은 머스트잇이나 트렌비도 각각 236억원, 654억원 등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명품 플랫폼 시장의 위기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 모습이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하 머트발) 등 국내 주요 명품 플랫폼의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37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9245억원) 대비 59% 급감한 수치다.

머트발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큰 각광을 받으며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급증했지만, 지배적 점유율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양극화 및 명품 버티컬 서비스 강화에 주춤하는 추세였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명품 카테고리 침투 심화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자 소비 심리 악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한편, 트렌비는 발란의 위기를 의식한 듯 지난해 12월 결산된 재무제표를 공개하며 건강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공개된 트렌비의 2024년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당좌자산이 약 80억원에 달하고, 이 중 파트너 정산 예정부채 35억원을 뺀 현금성 안전자산이 약 45억원으로 파악됐다. 파트너 지급 예정 건의 2.3배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트렌비 관계자는 “현재 자금 상황과 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가장 빠른 3주 이내의 정산을 지속하고 있다”며 “파트너사와의 신뢰 유지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재무적으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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