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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과징금 비하인드①] 前방통위 국장 고백 “통신사에 실시간 지시했다”

통신3사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상초유 ‘규제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14년 제정된 ‘단통법’에 의한 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 조정 행위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과열경쟁 조정’ 관점으로 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봤다. 한때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로 과징금을 물었던 통신 3사가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게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결정 뒷 이야기를 <디지털데일리>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통신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총 1140억원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과징금 결정 직전에 열린 전원회의에서 통신 3사는 공정위의 의혹 제기에 정면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으나, 공정위 과징금을 피하진 못한 모습이다.

지난달 25일과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세종정부청사 공정위 심판정에서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공정위는 통신사가 지난 단통법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판매장려금 조정 행정지도와 ‘별개로’ 담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신사 3사는 공정위의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판매장려금 조정 논의는 모두 방통위의 모니터링과 지시 아래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전원회의 현장에는 공정위 심판관과 통신 3사 법률대리인, 각측 참고인 등이 참석해 치열한 공방전을 펼폈다. 피심의자로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KAIT)가 자리했고, 공정위에서는 서비스카르텔 조사팀 심사관들이 나와 각측 입장을 밝혔다.

전원회의가 개최된 이틀 모두 오전 10경 시작해 오후 7시까지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1차 전원회의에서는 공정위와 통신3사·KAIT 측이 각각 증거를 제시하며 탐색적을 벌였다면, 지난 5일 2차 전원회의에서는 각 측이 제시한 증거들을 두고 치열한 법적 해석 다툼이 펼쳐졌다.

전원회의 당시 각 측의 입장을 요약해보면, 통신3사와 KAIT 측은 공정위가 주장하는 ‘담합’ 행위는 오로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단말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에 의거한 행정지도 하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공정위에서는 이들이 방통위 행정지도 이상의 개별 담합 행위를 포착했으며, 이는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로서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정위 “방통위 조치사항 이외의 담합 있었다”

먼저, 공정위는 방통위로부터 일부 권한을 위임받은 KAIT가 운영 중인 상황반에서 통신 3사가 주고받은 메시지와 KAIT가 작성한 핵심 증거로 들며 통신 3사간의 번호이동(MNP) 조정을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상황반 운영 과정에서 순감 사업자가 타사에 양보를 요청한다던지 또는 신규 단말기 판매현황 공유를 요청하는 등 상황반을 상호 의사연락이나 정보교환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합의는 공정거래법 40조 상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조항에 위배되며 이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짚은 핵심은 방통위가 주도한 ‘과다 판매장려금에 대한 조치’ 이외 사항을 통신 3사가 서로 합의하고 논의했다는 점이다. 방통위에서 진행한 행정지도 외의 협의가 있었으며, 그 증거로 KAIT가 작성한 일일동향보고서와 상황반 단체 카카오톡 등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실제 상황을 예시로 들며 설명했다. LG유플러스 MNP가 순증인 상황에서 판매장려금을 인하하되, LG유플러스 순증감 실적이 안 좋아 질 경우 SK텔레콤과 KT가 판매장려금을 인하하기로 약속하는 식의 구두 약속을 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통신사·KAIT “상황반 운영 자체가 방통위의 지시 기반”

하지만 이내 통신 3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전원회의 당시 통신 3사와 KAIT는 공정위가 지적한 ‘부당한 공동행위 및 금지행위’는 모두 방통위의 지시 하에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단통법 법률 특성상 과열 경쟁 조정을 위한 성격이 짙었으며, 이에 따른 방통위 행정지도 권한을 KAIT가 일부 위임받아 시장 경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통신 3사에게 시장 상황 조정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즉, 상황반 운영 자체가 방통위의 행정지도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상황반을 활용해 담합 논의를 했다’는 공정위 주장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다판매장려금에 대한 조치’를 위해 방통위나 KAIT 등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한 수치는 MNP다. 가장 직관적으로 시장 과열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방통위도 MNP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면서 이에 기반해 판매장려금 조정을 승인했다는 것이 통신 3사의 공통된 주장이다.

당초 통신 3사 법률 대리인 측은 공정위가 제시한 자료들은 되려 통신 3사가 방통위의 지시 하에 이 같은 판매장려금 조정조치를 한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주장하는 ‘담합행위’는 모두 방통위의 모니터링 및 지시 아래에 진행된 것으로, 당초 문제를 삼으려면 담합적 성격을 지닌 방통위 규제를 탓해야 한단는 것이다.

KAIT 측 참고인으로 전원회의에 참석한 박노익 전 방통위 국장의 진술은 이 같은 사실에 힘을 실어줬다. 박 전 국장은 단통법 입법 당시 상황반 운영 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인물로 운영 취지 및 목적을 설명했다.

박 전 국장은 전원 회의에서 “방통위 조사 실무자는 KAIT로부터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렸다”며 “상황반 운영과 관련된 내용은 방통위원장에게도 보고가 됐고, 시장 상황에 따라 주요 조치 사항에 대해 승인해준다”고 말했다.

상황반 운영 전반에 방통위의 지시가 있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통신 3사가 방통위의 지시를 간접적으로 받아 상황반 활동을 하게 됐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는 공정위가 지시한 다양한 증거자료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KAIT의 일일동향보고도 방통위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는 사항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상황반을 운영하는 KAIT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도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단통법’과 ‘상황반’부터 예정된 논쟁…사상초유 ‘규제충돌’

이번 담합 행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계를 돌려 지난 2014년 단통법 제정 이전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단통법 제정 전 통신사들은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보조금 출혈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에 보조금 투명성을 강화해 단말기 유통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로 나온 것이 단통법이다.

단통법 시행 직후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시장 과열 경쟁을 막겠다는 조치 일환으로 단말기 유통 시장을 모니터링할 ‘상황반’을 만들었다. 상황반 운영은 방통위로부터 일부 권한을 위임받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맡았고, 상황반에는 통신 3사 단말기 판매 관련 실무자들이 파견됐다.

상황반은 단통법이 재정된 2014년 연말부터 가동되기 시작해 지난 2022년까지 운영됐다. 이곳에서 통신사들은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번호이동(MNP) 순증감 추이를 기반으로, 단말기 유통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장려금 정책 축소 및 확대를 논의했다. 상황반에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과 오프라인 회의 내용은 KAIT 담당자가 작성한 일일동향보고서 등에 기록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정위의 개입이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척결 어젠다로 통신업계가 지목되면서 공정위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다. 행정부 수장이 통신사의 보조금 담합이 통신 시장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카르텔 산물로 지목하면서 통신 3사의 담합 정황 조사가 시작돼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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