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쿠팡이 단일 유통사로서 처음으로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 산업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전년 대비 28% 성장한 호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는데, 올해 1분기 역시 20%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26일 진행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고객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아직도 구축해야 할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즉, 자동화 및 차세대 혁신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결국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판매자와 공급업체에게도 더 큰 성장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쿠팡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0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1.46%에 불과하다. 첫 연간 흑자를 냈던 2023년 1.94%보다 소폭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덕평물류센터의 화재보상금을 제외할 경우 쿠팡의 영업이익률은 0.87%가 된다. 김 의장은 혁신의 물결과 수익성을 일으킬 수단으로 인공지능(AI)을 점찍었다.
◆‘계획’된 적자 증명해낸 쿠팡…국내 유통 시장 판도 뒤바꼈다=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간 실적을 처음 공개한 2013년 4778억원에서 무려 86배로 뛴 기록이다. 매출은 2015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7년 2조원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 ▲2020년 13조원까지 해를 거듭하며 쾌속 상승했다.
매출 성장세가 정점을 찍은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다. 팬데믹 여파로 비대면 배송인 온라인 쇼핑몰은 대형마트를 손쉽게 앞질렀다. 빠른 배송의 대명사인 ‘로켓배송’은 이 시기 크게 주목받으며 날아올랐다. 쿠팡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2021년 매출 20조원을 넘겼고, 2023년에는 30조원의 벽까지 깼다. 올해 매출 50조원 돌파도 무리 없이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성장엔 이른 바 ‘계획된 적자’ 전략도 뒷받침됐다. 장기간 손실을 감내하고 회사 외형을 키우는 방식으로, 쿠팡의 롤모델로 여겨지는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경영 전략과도 어느 정도 유사하다. 아마존은 시장 공략 초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인 후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막대한 적자를 감내해야 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이사회 의장)는 특히 고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예컨대, 고객이 배송 속도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는 점을 깨닫고 물류 시스템을 혁신하며 초고속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베이조스는 이를 위해 자동화된 물류 창고를 도입했고, 무인 배송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AI 주목하는 쿠팡과 아마존…차세대 수익원 될 수 있을까=최근까지 쿠팡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에만 주문 처리 및 물류 인프라의 고도로 자동화된 비중을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이 같이 밝히며 “효율성 개선의 핵심 동력은 로보틱스와 자동화”라고 짚었다.
이를 통해 직원의 업무가 더 쉬워지는 동시에 생산성도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의장은 자동화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한 건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며, 올해 더 큰 운영 효율화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쿠팡은 AI 기술 기반으로 고객 주문 수요를 예측해 주문량이 많은 상품을 보관하는 물류 시설을 운영해오고 있는데, 이 기술 적용이 유통 과정에서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전체 인프라 중 고도로 자동화된 비율은 아직 10% 초반에 불과한데, 이는 더 많은 개선을 위한 큰 활주로라고 본다”며 “과거의 혁신이 새로운 차원의 성능을 가능케 했던 것처럼, 네트워크의 로보틱스부터 AI, 매일 수 조 건에 달하는 예측에 이르는 다음 물결이 앞으로 몇 분기, 몇 년 동안 더 높은 수준의 성장과 수익 확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올해 쿠팡이 자동화 및 기술 활용도를 높이고 공급망을 더욱 최적화하며, 기존 시장에서 한계가 있는 크리에이티브 제품을 확장함으로써 마진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의장이 AI가 더 높은 수준의 성장과 수익 확대를 이끌어낼 것이라 언급한 점은 쿠팡이 AI로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의장이 AI를 지목한 현재, 아마존 역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AI를 고도화해 수익화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앞서 아마존은 2014년 AI 기반 음성비서 서비스인 ‘알렉사’를 출시하며 온라인 쇼핑 매출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열풍이 일면서 아마존은 다시금 AI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쿠팡도 차세대 혁신으로 AI를 지목한 만큼, 유통IT(정보기술)로 아마존을 앞서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쿠팡에게는 그간 기술과 물류 인프라 구축 등의 자본 집약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을 선도하고 복합 성장 및 수익 확대를 일궜던 성공 방정식(플레이북·Playbook)이 있다. 물류뿐만 아니라 실생활 속 온라인 쇼핑에 대한 AI 접목도 기대해볼 만한 지점이다.
거랍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에 이러한 모든 이니셔티브에 걸쳐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특히 AI와 물류 자동화 분야 기술 투자를 확대하면 매출과 마진이 크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지난해 4분기처럼 약 20%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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