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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군기 바짝 든 신한금융… 한편으론 조마 조마한 이유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다음 날 술 냄새 나는 것 보이기만 하면 작살내겠다".

회사내 군기반장 역할을 하는 혈기 왕성한 부장급 직원이 한 말 같겠지만 놀랍게도 아니다.

박창훈 신한카드 신임 대표가 올해 상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비공개로 말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박 대표는 이어 "지금 유연근무할 때냐"면서 "미국 비자카드를 방문했는데 일이 많아서 그런지 점심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 없더라"고 일갈했다는 것. 미국의 사례를 들며 현재 신한카드의 사내 분위기가 다소 해이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신한카드뿐만이 아니다.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본점은 최근 직원들에게 'ON(溫) 타임' 캠페인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로 제한하고, 업무 중 불필요한 이석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루 1시간 휴식을 부여한다는 기존 원칙을 엄격히 지키라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은행원들은 11시 30분 정도가 되면 점심을 먹으러 가곤 한다"며 "점심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민원이 빗발쳐 신한금융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등 고위 경영진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다른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도 이날부터 '점심시간 1시간 사용', '오전 9~11시, 오후 2~4시 등 하루 4시간 집중 근무 시간 지정'을 내용으로 하는 내부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까.

이처럼 연초부터 근무기강 고삐를 죄는 데에는 작년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작년 10월, 신한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LP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무려 1357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앞서 그해 8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근무하는 A 직원이 본래의 목적과 배치된 장내 선물 매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매매 손실이 발생했다.

물론 사문서 위조를 통한 횡령과 같은 중대 금융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신한금융 측은 근무기강이 다소 느슨해진 점이 이 같은 금융사고를 유발했고 결과적으로 내부통제 실패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금융권 내 '내부통제의 우등생'으로 불려왔다. 실제로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한발 앞서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강력한 근무기강 확립에 나서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다만,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진 않을지 걱정되는 대목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근무기강 잡는 건 좋지만 너무 구시대적"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나치게 기강을 확립하다가 직원끼리 불신하는 문화가 생길 수 있고, 나아가 근무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일리있는 지적이다.

결국 돈을 만지고 일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한번 잘못된 문화가 자리 잡으면 이를 되돌릴 때 큰 수고가 따르는 법이다. 신한금융 같이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기강을 잡는 것도 좋지만 내부에서 쏟아지는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쇠뿔을 올바르게 잡으면서 동시에 소도 안전하게 살피는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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