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새해가 밝았다. 급변하는 글로벌 패권 경쟁, 국내 규제 변화, 기술 혁신의 흐름 속에서 각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기술과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전환을 통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신년 기획을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주요 국가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 2일 정부가 '2025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새해 정책 추진 로드맵도 일부 공개됐지만, 국가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의 직무 재개가 불투명해 '사실상 기술 고도화 및 산업화 방향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경쟁 활성화 정책 또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상반기부터 효과 볼까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 단통법 폐지 후속조치 및 안심거래사업자인증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단통법 폐지 후속조치는 경쟁 활성화를 위한 하위법령 정비 및 이용자 피해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을 골자로 한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선이 폐지되면서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 활성화 효과를 통해 근본적인 가계통신비 인하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모니터링도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와 관련 후속조치가 사업자들의 경쟁 활성화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근엔 소비자의 단말기 교체 주기가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출혈경쟁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들이 AI를 주력 사업으로 재편함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만큼, 마케팅비를 확대할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보호 요건 등 관련 기준을 충족하는 중고폰 유통사업자를 안심거래사업자로 인증하는 '안심거래사업자인증제'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중고폰 판매자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중고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지만 소비자 구매 패턴상 관련 빈도가 낮아 실질적인 통신비 경감 효과는 적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관련 정책들이 시행됨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알뜰폰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알뜰폰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며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급부상했지만, 통신 3사의 저가요금제 출시와 단통법 폐지로 인한 지원금 상한선 폐지로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달 내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제도적인 보완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3사가 5G보다 비싼 LTE 요금제 가입을 중단하고 통합요금제 출시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뜰폰 관련 정책적 실효성이 가계통신비 인하의 실질적인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 단통법을 도입할 때와 달리 최근 시장 상황은 무분별한 출혈경쟁을 피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AI 신사업을 통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이동통신 요금제 개편을 통한 근본적인 부담 완화 정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위원장 대통령 공백, 국가위원회 기능 마비
국가위원회의 동력 상실도 우려스러운 지점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위원회'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는 다른 위원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한 위원장 공백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난해 말 'AI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으로써 위원장을 대체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정지되기 이전 ▲기술·혁신 분과 ▲산업·공공 분과 ▲인재·인프라 분과 ▲법·제도 분과 ▲안전·신뢰 분과 등 5개 분과 체계를 마무리한 부분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국가AI위원회가 최상목 권한대행과 염재호 부위원장을 통해 정상적인 위원회 활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이오, 양자 등 과학기술 관련 국가위원회의 출범 여부다. 지난달 출범을 계획했던 '국가바이오위원회'는 탄핵 정국 속에서 출범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지난해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조차 국무총리가 탄핵됨에 따라 업무연속성이 끊긴 만큼 '3대 게임체인저(AI/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 중 하나인 바이오 산업의 국가적 성장 전략도 원점에서 검토될 위기에 놓였다.
양자분야 산업의 거버넌스 역할을 할 '양자전략위원회'는 올 하반기 출범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초 지난해 말 출범할 계획이었음을 감안하면 일정이 지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양자전략위원회 특성상 현 상황에선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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